정신차리니 애가 넷!
오후 3시가 넘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제 곧 다섯살 막내를 데릴러 눈썹이 휘날리게 어린이집으로 달려야하기 때문이다. 몇 일 전, 아주버님이 내일 어린이집에서 생일잔치를 한다고 이쁜 옷을 입혀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셨다. 아침 당번이었던 남편은 고르고 골라 이쁜 옷을 입히고, 나름 머리도 매만져 아이를 등원시키고 사진까지 찍어 보내며 이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퇴근 길에 아이를 데릴러 갔더니 이쁘게 포장된 선물을 가슴에 안고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집에 와 선물을 풀고 우와우와 하며 축하까지 하고 생일축하 노래를 배워온 막내의 재롱을 보며 행복한 하루를 마감했는데... 다음날 아이를 데리러 갔던 남편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가방에 선물이 있는데, 못 본 것 같다고 확인해보라던데?"
어제 분명히 집에서 선물을 풀러봤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며, 선물을 2개씩 주는거였냐며 아이의 가방을 끌러 본 순간 아주버님, 남편, 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친구들아,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 -ㅇㅇ-"
아뿔싸- 그랬다. 어린이집에서 생일잔치를 하면, 축하를 받은 아이들의 부모는 작은 선물꾸러미에 감사의 인사를 담아서 친구들에게 답례 하는 것이었다. 총 4명의 아이들이 생일잔치를 함께 했는데, 우리만 답례품을 준비하지 못했고, 받은 답례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들려보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섯 살은 선물 받은 답례품의 포장을 뜯으며 신나했지만, 나는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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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에게도 사회생활이라는게 있었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당연히 주고 받아야하는 것들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놓고 그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면 그게 사랑해주는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다른 엄마들은 뭐라고 생각했을까...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라고 생각했을까? 받기만 하고 돌려줄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형편이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앞서는 마음만큼 더 많이 신경쓰고, 더 많이 생각해야하는 일이 육아인 것 같다. 다음주에는 과일컵을 준비해서 막내 이름을 넣은 스티커를 붙여 어린이집에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이 마흔 둘에 배우는 어린이의 어린이집 라이프- 다음은 또 무슨 새로운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말고, 기대하며 살자! 아자아자!
#딩크 #아이가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