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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딩크넷 Sep 02. 2024

03_저 사춘기인 가봐요

딩크인데 애가 넷

일주일에 한번은 어른 셋, 아이 넷이 모두 함께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한다. 각자의 일주일을 이야기하고, 주말을 계획하며 따뜻한 밥 한끼를 함께 먹는다. 식사 후에는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작은 공원을 다섯 바퀴씩 천천히 걸어서 돌곤 하는데, 본인의 속도대로 돌다보면, 서로 만나기도 하고, 다시 헤어지기도 하며 일곱명이 공원을 채워간다.


빠른 걸음으로 다섯 바퀴를 먼저 돈 첫째가 미끄럼틀 끝에 앉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한달음에 달려가 무슨 일이냐고, 넘어진거냐고 호들갑을 떠는데, 눈물이 가득한 아이가 물끄러미 올려다 보며 말했다.


"작은엄마, 저 사춘기인가봐요. 자꾸 눈물이 나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졸업 사진을 찍는 다고 작은 아빠가 바버샵을 데려가고, 새 옷을 사려고 함께 옷가게를 누비고 다녔지만, 실은 이 모든걸 엄마랑 하고 싶었던 첫째의 마음을.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님을 미워해도 모자랄 상황임에도 스스로의 문제로 삼켜내려는 작은 아이의 흐느낌 앞에 부끄러운 어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다고, 남들 다 겪고, 지나가고, 성장하는 그 사춘기라고. 그러니, 실컷 울고, 투정도 부리고, 소리도 지르고,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라고. 어른인 척 혼자 참아내려 말고, 차라리 이렇게 울어내라고. 사춘기를 핑계 삼아 아이의 마음이 아무도 모르게 나아지길 바래본다.


#딩크인데애가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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