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캘리그래피 석산 Sep 01. 2023

제56편_ 석산자연농원

팔십 평생을 생계를 위해, 자식을 키우기 위해 600여 평의 밭을 일궜던 부모의 일터.. 봄이면 쌀보리를 심었고, 여름ㆍ가을에는 참깨와 고구마를 심었으며 겨울에는 해태양식발에 나가 해우(海羽: 바다에서 생산되는 '김'을 말함)를 뜯어야 했던 부모들의 고단한 삶! 그 시절은 모두가 그렇게 보냈다.


600여 평의 밭은 어머니의 부지런한 손길이 닿아 잡초하나 자라지 못하게 했다. 옥토에서 자라난 농산물은 그해 풍작을 기대할만했다. 그러나, 부지런하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궁곤한 살림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옛사람들의 농사법은 대대로 물려받은 토지에 옛날 방식으로 지어왔기 때문에 고생한 대가에 비해 수입은 늘 제자리로 가성비 없는 농사를 지어야 했다.

살아생전, 어머니는 매일 밭을 지키고 놀이터처럼 잡초를 매셨다.

2019년 12월, 어머니 사후 옥토였던 밭은 관리가 안되어 잡초가 어른 키만큼 자랐고 옥토는 황무지로 변해갔다. 섬마을 차량이 오가는 큰 길옆에 위치한 밭은 더 이상 어머니 생전에 관리했던 밭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혼이 담긴 밭, 칠 남매를 건사했던 소중한 밭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


2020년 겨울, 예초기로 무성한 잡초들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잡초매트 부직포로 한 달 넘게 600여 평의 밭에 깔기 시작했다. 그 위로 황칠나무, 아로니아, 매실, 슈퍼오디나무를 심었다. 어머니의 혼이 서린 그곳에 내 아호를 딴 '석산자연농원' 서각 입간판을 세우게 된다.

석산자연농원 서각 입간판을 세우는데 마을 한영수 형님의 도움을 받았다.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관리한 석산자연농원에는 시기에 따라 당도 높은 슈퍼오디, 매실과 아로니아가 자라고 있다. 또한 밭 전체에 평소 어머니가 좋아했던 작약을 심어 5~6월이면 작약꽃이 피어 은은한 향기가 지나는 상춘객들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2023년 2월 말, 일관계로 섬을 잠시 떠나 도시인으로 살고 있지만 1년 후 다시 섬으로 내려가 안빈낙도의 삶을 사려고 한다.


*서각 비하인드>>

1. 느티나무 판재로 간판을 세우게 된 '석산자연농원'은 실내가 아닌 실외에 설치할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과 중간중간 관리를 해줘야 하는 게 있다. 처음 작업 후 투명 방부액을 충분히 바른 것을 시작으로 코팅처리제로 마감하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


2. 투명 방부액은 일반 붓으로 칠하기도 하지만 페인트점에서 파는 종류별 페인트 붓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코팅제는 서각용이나 가구용, 벤치용 등  용도에 맞는 다양한 코팅제가 있는데 서각의 경우에는 서각 작품에 바르는 코팅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55편_ 말하는 글씨, 맛있는 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