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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완성됐지만 서사는 비어 있는 정원, 김천 연화지

[경북 김천]

by 구자룡
병문안 길에 우연히 만난 로컬 정원
농업용 저수지에서 사계절 시민 정원으로
숨은 스토리를 드러낼 때 완성되는 로컬 브랜드


우연히 찾은 김천시 교동 연화지는 한때 농업용 저수지이자 오염과 악취로 외면받던 공간이었다. 지금은 벚꽃과 연꽃, 단풍을 품은 ‘도심 속 정원’이자 시민들의 산책로, 사진가들의 촬영 포인트, 청춘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는다. 그러나 이 변화를 만든 주민들의 묵묵한 노력과 초대 금산동 시의원 등의 숨은 이야기는 현장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연화지를 단순한 포토 스폿이 아닌, 진정성 있는 로컬 정원 브랜드로 완성하기 위해 무엇을 기록하고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다.



뜻밖의 발견, 연화지의 늦가을 단풍


친구가 김천시의 한 병원에서 수술로 입원했다. 병문안을 계기로 김천을 찾게 되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 잠깐 둘러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검색했다. 병원 근처에 ‘연화지’라는 저수지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연화지는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된 곳이다. 벚꽃 명소로만 연간 25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벚꽃, 연꽃, 단풍, 설경까지 사계절 내내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데이트 코스로도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런 곳을 이제야 알다니, 병문안 길에 뜻밖에 발견한 김천의 로컬 핫플레이스였다.


도착했을 때는 막 점심시간이 지난 시각이었다. 식사 후 산책을 나온 사람들,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부부와 할머니들이 둘레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연못을 촬영하고 있으니 동네 중학생들이 다가와 인사하고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 눈빛이다. 지나가던 중년 여성 한 분이 “저기 연못 안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뭐 하는 건가요?”라고 묻는다. 사진가라면 알 것 같다는 듯. 지나가던 중년 아저씨는 어릴 적 소풍 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옛날엔 여기 자주 왔었다”고 회상한다.


KJR_20251115_Gimcheon-_DSC7563.jpg 둘레길을 걷는 시민들. 일상 속 쉼표 역할을 하는 동네 정원의 얼굴이다.(사진: 구자룡)


이미 가을의 절정은 지난 시점(2025.11.15) 이었다. 단풍이 남아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늦은 때라는 건 결국 마음속 기준일 뿐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곳곳에 남은 단풍은 여전히 곱고, 연못 위로 드러누운 마른 연잎들이 줄지어 선 모습도 사진으로 담기에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사실 이곳을 찾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저수지 수면 위로 비치는 반영을 ND 필터를 이용해 찍어 보고 싶어서였다. 막상 와 보니 연이 자라 꽃을 피우고 사라지기 전에는 그 ‘완벽한 반영’을 담기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신 연못을 가득 채운 마른 연잎과 줄기들이 프레임의 구조와 공간감을 풍성하게 채워 주었다. 첫인상은 분명했다. 가볍게 산책하며 대화하기 좋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동네 정원 같은 연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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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 브랜딩 컨설턴트, 강사, 칼럼니스트, 사진작가. 저서:『AI 퍼스널 브랜딩』『AI 데이터 분석』『데이터 마인드 기르는 습관』『지금 당장 마케팅 공부하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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