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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이상함은 늘 내 곁에 있었다

by 어스름빛

이상함 속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처럼 느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말할 수 없는 결핍이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대신 그 공백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았고, 마음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고독과 말할 수 없었던 감정이 쌓이면서, 저는 점점 더 안으로, 안으로 향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 저는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겼습니다. 또래 집단을 만들고 사회성을 배웠어야 했던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시기에, 저는 책을 친구로 만드는 법만을 배웠습니다.


그런 습관은 저를 ‘별난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세상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들에 늘 의문을 품었고, 으레 지나치는 순간에도 “왜?”라는 이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버릇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저를 중심에서 비껴 나게 만들었습니다. 언제나 주변을 맴도는 아이, 남들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매우 예민한 감각(HSP),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하는 혼란형 애착, 정규직 교사가 아니었기에 불안을 안고 일해야 했던 기간제 교사로서의 자리. 이 모든 특성이 얽혀 제 안의 이상함을 키워 왔습니다. 오랫동안 이 이상함을 숨겨야 할 결핍 혹은 실패의 증거로 여겼습니다.


글을 쓰고 질문하며 살아가다


현실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없었을 때, 대신 글을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방치된 시간,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어린 제가 혼잣말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외로울까?”,

“왜 지금처럼 살아야 할까?”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을 공책에 적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과 부당한 상황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폭발할 때, 그 격렬한 감정을 공책에 적어 언어에 가두었습니다. 쓰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내려 애썼습니다.


자기와의 대화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비로소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쓰기가 치유’라는 말을 깊이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입니다


삶의 부조리를 깊이 파고들수록 현실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들을 파고들었습니다. 책은 제 안의 이상함을 해체하고 분석하게 만드는 지적 도구였습니다.


책이 던져주는 물음표들과 씨름하며, 삶의 모든 모순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논리로 재구성했습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었겠지만, 이상한 질문과 글쓰기야말로 제 삶을 지탱했고, 제 자신다운 방식으로 살아남게 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괜찮음의 다른 이름, 나답게 사는 용기


제 삶은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가정환경도 살아온 이력도 감정의 결도 사람들과 달랐습니다. 늘 불안정한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듯했습니다. 저를 ‘이상하다’고 평가하는 시선은 때로 상처가 되었고, 자신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방황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역설적인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상함은 결핍이 아니라 나다움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통장 잔고나 사회적 타이틀 같은 외적 성취에 있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성찰하고, 공부하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려는 내면의 태도에 있습니다. 이렇게 성찰하는 태도를 통해 괜찮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여정의 기록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제 이상함을 긍정하고 스스로를 지켜낸 그 논리의 흔적들입니다. 남다른 삶 때문에 힘들었던 날들 속에서도 끝끝내 온전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말을 걸어주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당신 안에 숨겨둔 이상함을 긍정하고, 지금의 삶이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충분히 견고하고 괜찮다고 속삭여주는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정한 성공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도 당신 자신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도록, 이 책이 당신의 고유한 질문들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AI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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