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호 <이탈리아를 걷다>
나폴리 스타일 피자는 얇고 바삭한 크러스트와 산 마르자노 토마토, 모차렐라 디 부팔라, 신선한 바질 등의 토핑으로 유명하다. -229p
여행을 가는 목적은 그때마다 다르고, 대체로 음식이 아니지만 가끔은 음식인 지역도 있다. 나폴리 또는 이탈리아가 그중 한 곳이다. (다른 한 곳은 일본이다.)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좋아해 온 음식이 피자와 파스타였고 미국이나 짐바브웨, 부산에서도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했던 식사는 피자 또는 파스타였다. 정작 피자의 고향 나폴리는 아직도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다.
미국에 두 번 다녀와서 르네상스 건축을 뒤적이다가 겨우 이탈리아에게 조금 관심이 생겼다. 레나 작가가 스페인 반년 살기를 기록한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에 포함된 이탈리아 에피소드에서 마음을 열었고 마침내 지극히 미국적인, 혹은 한국적인 취향을 가진 소설덕후의 혼을 쏙 빼놓은 엘레나 페란테를 만났다. 나폴리-그녀에 따르면 촌구석-에서 피사로, 밀라노로 진출하는 나폴리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오너캐(로 짐작되는) 엘레나 그레코는 나폴리 4부작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 청년기 내내 피자집을 전전한다. 그냥 여기서는 떡볶이 먹듯이 매일 먹는 게 피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폴리와 애착을 형성했고,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던 중 <어느 날 이탈리아 소도시>를 읽으며 멘탈을 먼저 보내 가상의 이탈리아 전국일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이탈리아를 걷다>를 통해 이탈리아 음식을 총체적, 다층적으로 미리 보기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먼저 리뷰한 다른 리뷰어들과도 공감했던 부분이지만 이탈리아의 20개 주를 골고루 들러서 지리와 역사에 대해 가볍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은 그래봐야 주요 도시 위주로 조금밖에 모르는 (피자덕후지만 유럽여행 경험은 없는) 이탈리아 초보여도 혼란스럽지 않도록 각 주의 핵심적인 사항과 랜드마크가 언급된다. 저자는 풍부한 여행과 관련 경력을 통해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지역의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훑어준다.
한편 모든 챕터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주제는 요리, 디저트, 치즈, 와인인데 특히 치즈와 와인은 먹어봐서 아는 느낌 또는 이름만 들어본 경우가 많았고 그런 사전정보가 재정비되는 듯했다. 요리 이름을 포함하여 수많은 이탈리아어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약간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약간 이탈리아어를 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은 덤이랄까.
피에몬테는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로 유명하며, 알프스산맥과 아펜니노산맥이 이 지역을 둘러싸고 있다. -34p
이 지역에는 두 개의 뚜렷한 언어 그룹이 있다. ‘트렌티노’의 이탈리아어 사용 지역과 ‘알토 아디제’의 독일어 사용 지역은 두 집단의 문화 정체성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강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지역의 건축, 요리 및 관습에 반영돼 있다. -66p
그림처럼 아름다운 대운하를 따라 펼쳐지는 레가타는 베네치아만의 독특한 곤돌라 경주이다. -103p
남동쪽에는 ‘리바에라 디 레반테’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친퀘 테레, 라 스페치아, 세스트리 레반테, 라팔로와 같은 도시들이 있는 곳이다. -129p
오늘날 노르차는 이탈리아 최고의 절인 고기 탄생지로 유명하며 노르치네리아 전통은 역사와 문화에 깊이 얽혀 뿌리내린 움브리아 요리 유산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162p
르네상스 시대에 마르케는 예술적, 문화적 번영을 경험했다. 르네상스 3대 거장 ‘라파엘로 산초’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가 이곳에서 태어나거나 활동하며 이탈리아와 세계 예술계에 큰 흔적을 남겼다. -172p
‘리코타’는 달콤한 리코타 크림을 채운 ‘파스티초토’와 같은 전통적인 디저트에 자주 사용되며,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으로 만든 유청 치즈이다. -251p
‘칸놀리’, ‘카사타’, ‘세테벨리’, 그라니타‘, ’젤라토‘와 같은 디저트는 시칠리아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디저트로 알려져 있다. -284p
이탈리아 음식에 진심이라면, 나처럼 이탈리아 문학투어를 본격적으로 다녀올 예정이라면 가능한 더 많은 음식과 와인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