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는 지금] 치료인가 살인인가.... 안락사,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최근 영화 <살인자노트>를 비롯해 드라마 <매리 킬즈 피플><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은중과 상연>에 이르기까지 OTT 화제의 콘텐츠들까지 죽음을 소재로 해서 '죽음의 윤리성'과 '살인의 정당성' 대한 쟁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환자 본인의 '존엄한 죽음'과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조력자들은 살인자일까. 이들 스토리는 사회적 차원에서 경험하게 되는 도덕적, 심리적 갈등 등 휴머니티적인 관점에서 죽음을 조명한다.
"왜 (청부살인) 치료를 희망하게 되는가" "살인 외에 다른 복수 방식은 없는 것일까" "왜 안락사를 선택하게 됐나" "의학적으로 정말 회복 불가능한가" 등 캐릭터의 구체적인 사연에 몰입감을 높이며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안락사(조력 사망)'는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이나 말기 질환을 앓는 환자가 조력을 받아 안식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미국에서는 1975년 뉴저지주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21세의 퀸란(Karen Ann Quinlan)을 위해 아버지가 생명유지장치 제거 권한을 법원에 요청해 대법원이 이를 승인하며 크게 화제가 됐다.
이후 안락사가 사회적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으며, 근본주의 기독교인이 많은 미국은 정치적으로도 낙태, 사형제도와 함께 안락사에 대한 정치인들의 정책은 당선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왔다. OTT 에피소드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스위스를 비롯 유럽 등에서는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기도 했다.
'치료'인가 '살인'인가
최근 봤던 영화 <살인자 리포트>에서는 살인을 '치료'라고 부른다. 연쇄 살인범 이영훈(정성일 분)은 정신과 의사이자 연쇄 살인범이라는 이중생활을 하는데, 특종에 목마른 기자 백선주(조여정 분)에게 연쇄 살인을 밝히고(?) 위험 천만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극 중 영훈은 범죄 피해자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극단적으로 가해자를 응징하는 살인을 이어가며 ‘치료 행위’로 정당화한다. 처음에 그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선주 역시 가족의 상처를 돌아보게 되면서 관객들은 영훈의 살인 행위에 대해 죽음에 대한 윤리성과 살인의 정당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살인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한다.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를 해소하고 정신적 회복을 돕는 하나의 수단으로 묘사하는 것. 이는 현실적으로 법적·윤리적 기준과는 괴리가 있으나, 이 작품은 사회 정의의 공백과 사적 제재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 제기를 통해 관객에게 또 다른 사유를 던진다.
드라마 <매리 킬즈 피플>는 안락사에 조력하는 의료인들을 다룬다. 극 중 인물들의 사연이 조금씩 소개될수록 그들이 왜 안락사 조력에 나섰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금지 약물인 '벤포나비탈(Benfonabital)'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걸고, 극 중 고통 없이 환자들을 평화롭게 안식에 이르게 돕는지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과거 이들의 경험은 캐릭터의 도덕성, 행동 동기, 내적 갈등을 형성해 안락사 주제를 더 깊이 있게 다루는 내러티브 장치로 작용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떠날 수 있는 '죽음존엄권'에 대해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에서 안락사를 돕는 주인공 우소정(이보영 분)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을 도왔던 성장사로 인해 깊은 죄책감을 안고 있다. 이 죄책감이 그녀가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살아가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존엄한 안식을 도우려는 새로운 시각의 '치료 행위'로 이어진다.
그는 의료인의 일상 외에도 불법적인 안락사 행위를 비밀리에 병행하면서, 환자들에게 고통 없는 안식을 주는 데 사명감을 느끼지만 그 과정에서 이러한 선의를 악용하려는 자들과 이를 '살인'으로 규정하고 함정수사를 펼치는 경찰들에게 쫓기며 갈등을 겪는다. 동시에 법적·윤리적 위험 앞에서 내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극 중 최대현(강기영 분)은 한때 의사였으나, 조력 사망(안락사) 사건에 연루돼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 감옥에서 만난 감방 동기를 통해 약물을 구하고 안락사를 돕는 치료(?)에 가담한다. 알고 보니 그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은 우리나라를 떠나 더 이상의 회생 가망 없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여자친구의 선택에 따라 스위스 여행에서 그녀의 안식을 도왔던 상처가 드러나게 된다.
조력 간호사인 최예나(윤가이 분) 역시 인디밴드 활동을 해오던 오빠 건수의 안락사를 돕게 되는 상처를 안고 있다. 그는 오빠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조력사망을 돕지만 정작 자신의 오빠가 안식을 원한다고 했을 때 크게 반발, 갈등하며 환자 가족의 심리적 고통과 내적 변화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시한부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진심으로 돌보며, 가족과 환자가 맞닥뜨리는 극한의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심도 있게 연출해 낸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일 때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생전 장례식' 등 가족이나 지인에게 따뜻한 위로와 휴머니티를 전달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조력 사망에 대한 사회적, 법적 위험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을 통해 내적 갈등과 책임감 사이에 깊이 고뇌하는 인물들의 내면에 천착한다.
주요 에피소드로는 '벤포나비탈 살인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최대현은 죄를 모두 인정하고 책임을 지기로 하며, 동료 우소정을 보호하려는 결단을 내리고 3년의 복역 끝에 출소 후 마리아복지병원에 복귀하여 봉사자로 살아가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죄책감과 사명감, 인간적인 따뜻함이 교차하며 안락사와 법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에게 시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메리 킬즈 피플>은 우리 사회의 금기와 변화라는 소재로 확장해, 안락사를 돕는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성장과 갈등, 윤리적 고민, 가족 및 사회와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리며, 안락사라는 소재에 깊이 있는 의미를 부여했다.
죽음의 자기 결정권과 사회적 책임감 사이의 충돌
드라마 <매리 킬즈 피플> 외에도 최근 OTT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에스콰이어> 7화에서도 안락사를 소재로 스위스 조력사망 변호 사건이 소개됐다. 법적으로 허락된 스위스로의 여행에서 조력사망에 동행한 남편의 변호를 맡은 윤석훈(이진욱 분)의 이야기가 연출된다.
사랑과 법 사이의 갈등, 안락사의 윤리적·법적 딜레마를 다루면서 법정 드라마 이상의 깊은 울림을 전했다. 특히 남편이 안락사를 도왔다는 이유로 자살방조죄로 기소되는 현실과, 그 뒤에 얽힌 가족사 및 사회적 시선을 조명해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던졌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남편과 아내의 부부 관계가 오래전부터 불안정했으며, 남편의 외도와 이혼 요구 시기가 아내의 치매 발병과 겹치면서 유산 상속을 노리려는 것이라는 아내의 동생 측 소송 제기에 따라 법적 갈등이 펼쳐진다.
남편은 외도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치매로 인한 오해였음을 깨닫고 아내 곁을 지키며 진정한 사랑을 이어갔다고 법정에서 진심을 토로한다. 그는 "사랑은 무지갯빛이었다"며 시간이 흐르며 색이 변하는 것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고 전하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열정은 식지만 연대감과 상호 존중이라는 또 다른 색깔의 사랑이 전개됨을 성찰케 한다.
넷플릭스 화제작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서는 첫 화부터 손절한 절친 상연이 암 환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10년 만에 연락을 해 안락사(조력사망)를 위한 스위스 여행을 함께 떠나 달라고 부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향후 둘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