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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공감의 불꽃, 두 시리즈가 그린 여성들의 힘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 vs tvN 드라마 '백번의 추억'

마음이 지칠 때마다, TV나 OTT 속 따뜻한 이야기들이 나를 위로해 준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과 tvN 주말드라마 <백번의 추억>이 바로 그런 작품이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7080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두 드라마는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여성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며, 내 하루의 빈틈을 온기로 채워준다.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상처에 익숙한 은중(김고은 분)과 상연(박지현 분)이 애증의 삼각관계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차갑던 마음이 서서히 따뜻해지는 순간을 담아낸다. 함께 견디는 힘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드라마를 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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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기만 했던 오늘의 일상이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 <백번의 추억> 속 영례(김다미 분)와 종희(신예은 분)처럼 가족 같은 친구들과 나눴던 온기,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순간들이 쌓여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이 작품은 내 어깨의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는 존재, 즉 '친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깊은 어둠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상대에게 내 상처를 털어놓는 용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은중과 상연>의 상연처럼, <백번의 추억>의 종희처럼, 서로의 꿈과 성장을 지원하며 실패와 좌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작은 용기가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슬픔을 나눌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공감받고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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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과 소박한 대사 한 줄이다. 서서히 녹아드는 눈빛, 조용히 건네는 위로의 미소. 두 작품의 주인공들은 말없이도 서로를 감싸 안으며, 시청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경쟁과 분열로 가득 찬 사회 속에서 ‘여성 연대’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잊고 있던 공감과 응원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상처를 보듬고, 메마른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연대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두 작품이 전하는 온기는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장르도, 등장인물도 서로 다르지만, 두 작품에는 묘하게도 ‘여성 연대’라는 공통된 정서가 깃들어 있다. 남성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두 여성의 원맨스를 화려한 수식어 없이 담담히 그려낸 점이 나의 시선을 오래 머물게 했다. 꾸밈없는 진심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두 작품이 보여준 워맨스, 그리고 여성 연대의 불꽃은 우리가 내일을 살아갈 용기와 따뜻함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날씨 속에서, 이 드라마들은 마음을 포근히 감싸는 온기를 선사한다.

/소셜큐레이터 시크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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