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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Jul 27. 2016

#32. 프라하의 석양 그리고 야경

프라하의 야경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


프라하에는 3박 4일을 머물 예정이었다. 어제는 프라하에서 3시간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체스키크롬로프에 다녀왔다. 프라하를 더 보고 싶다. 밤에 프라하 거리를 산책하긴 했지만 프라하의 야경을 그냥 두고 가는 기분이 든다. 프라하의 야경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 나는 프라하에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하루 더 있다가 가기로 마음 먹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프라하의 야경을 천천히 더 느끼고 된다니 신이 났다. 일찍 숙소를 나서 프라하를 다시 둘러 봤다. 천문시계가 있는 구시청사 앞에 가서 매 시간 울리는 싱거운 퍼포먼스도 다시 보고 프라하의 거리도 미소 지으며 걸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더 기쁜 건 체코의 맥주를 더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1인당 맥주 소비량 세계1위 프라하에서 맥주를 빼 놓으면 안 된다. 사실 독일보다 맥주가 더 맛있다. 흑맥주도 제대로 맛볼 수 있고 양조장에서 공급된 신선한 맥주를 쉽게 맛볼 수 있다. 물론 독일 맥주도 모두 신선하고 맛있다. 독일 맥주는 특히 밀 맥주인 바이첸 비어가 최고다. 체코에서는 Kozel 흑맥주 그리고 Budweiser 원조의 맛이 최고다.


어제 체스키크롬로프에 다녀와서 저녁에 가려고 했던 레스토랑이 있었다. 혼자 가기가 좀 애매해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는데 프라하에서의 하루가 더 생겼으니 갈 마음을 먹는다. 가볍게 시내를 한 번 둘러보고 나는 서둘러 그 레스토랑으로 갔다.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도 많이 소개된 이 레스토랑은 관광객도 많고 한국인들도 많았다. 나는 시원한 외부 테라스에 앉아 Kozel 흑맥주와 안주를 주문했다. 다시 흑맥주를 맛보는 기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안주로 주문한 윙이 맛있다.



나는 필스너 우르겔 맥주를 한 잔 더 주문했다. 필스너 우르겔의 원산지 역시 체코다. 체코의 플젠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다. 필스너 생맥주는 다른 곳에서 맛보는 필스너보다 맛있었다. 목에 너무 강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정말 시원하고 특히 거품이 오랫동안 살아 있어 부드러움을 오래 간직한다. 절반 이상 마셨는데도 거품이 살아있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후에 마신 맥주 두 잔에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숙소에서 쉬었다가 야경을 보러갈 작정이었다. 몸을 여러 번 뒤척이고 달콤한 멜라토닌에 취해 있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이 다가오고 있다. 일어나야 한다. 다시 몸을 뒤척여 잠에서 탈출한다. 창밖을 보니 아직 밝다. 다행이다. 프라하에서의 일몰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일몰 시간은 오후8시 58분, 현재 시간 8시 23분.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기분이 좋다. 강렬한 햇살이 쉬러가는 길이라 선선하다. 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화약탑을 향한다.


화약탑


* 화약탑은 1475년에 건설된 높이 65m의 고딕 양식 성문으로 1757년 러시아와의 전쟁 때 화약탑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구시가로 들어가는 상징적인 문이다.

프라하에서 해가 지는 방향은 프라하 성 쪽이다. 화약탑 위에 오르면 프라하 전경과 프라하 성을 일몰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화약탑 앞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를 한다. 비발디의 사계를 경쾌하게 연주한다. 나는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화약탑을 오른다. 입구가 맞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어디가 입구인지 찾기가 어려웠다. 혹시 티켓을 파는 곳이 다른 곳에 있는 건 아닌지 잠시 생각했다. 시간이 없어 그냥 올랐다. 좁은 통로의 계간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나는 헉헉거리면서도 계속 올랐다. 그리고 프라하에서의 석양을 맞이했다.



해는 아직 완전히 지지 않았지만 구름이 그 모습을 가리고 있다. 그래도 좋다. 프라하를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는 모습이 좋다. 나는 천천히 프라하를 감상한다. 화약탑의 꼭대기에는 나와 체코인 한 명 뿐이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더 여유가 있었다. 내 마음도 노을에 물들어갈 때 즈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정말 익숙한 멜로디의 연주가 들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논변주곡이 연주되고 있다. 그렇다. 입구에 있던 거리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이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듣는 선물을 나는 받았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다.




붉게 물들어가는 프라하의 일몰은 정말 아름다웠다. 붉은 태양이 빨간 지붕들을 더 곱게 물들이며 저물어 갔다.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은 굳건하게 프라하를 지키는 듯 했고 앞에 보이는 틴 성당의 첨탑도 그 역할을 하겠다는 듯이 높이 솟아 있었다.




감동적인 프라하의 석양을 감상하고 프라하 성으로 향한다. 프라하 성에 올라서 야경을 감상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멋진 건축물과 카를교에서의 야경도 카메라와 나의 추억에 담는다.


틴 성당과 광장의 젊은 친구들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과 카를교
카를교에서 바라본 프라하 성의 야경


낮에는 힘들었던 오르막 길이 힘들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는 기분이다. 아마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내 마음이 아쉬운 모양이다. 그래서 힘을 내는가 보다. 프라하 성에 오르기 전에 미니마켓에서 캔 맥주를 샀다.



프라하에서의 둘째 날에 다른 감상 포인트에 올라 야경을 봤었다. 그곳은 카를교 다음 다리를 건너 높은 공원같은 곳이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마치 야외 PUB과 같이 음악이 나오고 젊은 친구들은 높은 난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과 연인과 야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제 각각 빛났다. 그곳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야경도 굉장히 멋졌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나도 난간에 걸터 앉아 프라하의 야경을 한참 동안 감상했었다.



다시 마주한 프라하 성에서 바라본 프라하. 프라하의 야경은 은은하게 아름답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 가장 높은 턱에 걸터 앉아 맥주 캔을 딴다. 프라하의 야경에 축배를 든다. 매력적인 프라하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천천히 프라하의 야경을 음미한다. 선선한 바람이 내 주위를 감싸고 시원한 맥주가 나를 하늘로 띄운다. 기분이 좋다. 내 다리가 기분이 좋은 듯 스스로 움직인다.



고요함도 느끼고 편안함도 느낀다. 프라하는 많은 선물을 내게 준다. 하루 더 있겠다고 때를 쓴 아이의 청을 들어주듯 프라하는 내게 많은 선물을 준다. 이제 가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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