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산란계 사육환경을 포장지에 표시하자는 서명운동 전개 중
방송인 조혜련씨가 지난달 11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선배 방송인 이경실씨가 운영하는 달걀 브랜드 '우아란'을 "너무 맛있다"며 사실상 응원 겸 홍보하는 글과 사진을 올린 이후 저품질 논란에 온라인 판매 중단, 산란계 동물복지 문제로까지 번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한국NGO신문도 지난 21일 ‘방송인 이경실 달걀 고가 판매 논란에 동물자유연대, 산란계 사육환경 포장재에 표시 촉구’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국NGO신문>은 더 나아가, 지난 5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국 동물운동의 산실,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에서 조희경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직접 들어봤다.
방송인 이경실 씨 "비싼 것은 맞지만...사육환경과 달걀 품질은 상관이 없다"
논란의 시작은 ‘우아란’의 비싼 가격으로부터 시작됐다. 조혜련씨가 소개한 '우아란'의 달걀에 난각번호 '4'가 찍혀 있는데 가격은 30알에 1만 5천원으로 '난각번호 1번보다도 더 비싸다', '사육환경 4인데 프리미엄처럼 보이게 파는 바가지 아니냐'등 누리꾼들의 비판이 온라인 상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경실씨는 11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적으로 4번 달걀 30구에 1만5천원은 비싼 것이 맞다. 하지만 우아란의 품질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떠한 달걀보다 월등히 품질이 좋다"며 난각에 표기된 1, 2, 3, 4번은 사육환경이며 달걀의 품질 등급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동물자유연대가 11월 21일 "이경실씨는 사육환경과 달걀의 품질은 별개라고 주장할 뿐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실증적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며 "더 나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자란 암탉이 더 건강한 달걀을 생산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결론"이라며 이경실씨 주장을 에둘러 비판하고 나섰다.
"저는 이경실 씨가 잘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해명 내용도 자기가 쓴 것 같지는 않고 전문가한테 받아서 썼다고 생각해요. 이경실 씨나 사업주인 아들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조 대표는 우선 기본적으로 난각번호 1번에서 4번까지 신선도라는 것은 알을 낳았을 때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인데 사람이든 달걀을 바로 낳았을 때 상태는 아주 나이가 많은 암탉이 아닌 이상은 신선도가 육안으로 보이는 신선도에서 큰 차이는 없을 수는 있다고 전제했다.
“1번에서 4번 사이에서 알은 관리를 또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일 수 있지만 먹이를 무엇을 먹였냐라는 것은 사실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영양제 많이 먹는다고 몸이 확 좋아지거나 병이 안 생기는 거 아니잖아요. 먹이에 어떤 성분을 뭘 넣었다라는 것은 전체 중 아주 일부인 거예요. 그리고 넓은데서 자유롭게 살면서 낳은 닭 태교와 평생 갇혀있는 닭은 다르죠”
조희경 대표 "사회적 지향성 존재하는데 4번이 아무 문제없어라는 것은 폭리다"
조 대표는 품질의 기준은 늘 하한선에서 적정선을 얘기하는 거지 최고선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신선도는 가장 최저선에서, 문제 안 되는 최저선에서 설정하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그동안 그것에 의해 기준이 나왔던 건 너무 당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목초를 먹인다 뭐를 먹인다 하는 것이 품질을 좌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품질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가장 유통에 문제없는 가장 최저선이라는 것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요, 적합한 기준을 그렇게 설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품질만 가지고 논의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렇게 따지면 4번 달걀을 생산하는모든 업체들이 가능한 것이죠”
조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우아란’만 4번 달걀 중에 특별한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4번 달걀을 브랜드화시켜서 판매하는 그런 회사에 물어본다면 그런 식의 논리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문제는 마치 ‘우아란’만 특별한 것처럼 말하는데 있다는 비판이다. 조 대표는 이 논란에 자신이 뛰어들면 단체의 입장하고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표현을 잘 안 해 왔지만 이번에는 SNS에 ‘다른 달걀 업체는 할 말이 없겠느냐’고 글을 썼다. 뭐가 문제인지 인식을 못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이경실 씨 주장대로라면 시설 투자해서 1번 달걀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또 4번을 하는 다른 기업은 다 그 가격을 받아야 되는 것이고,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겁니다. 사람들이 동물을 이용해 소비하는 데 있어서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고민해 1번 2번 달걀을 선택하는 겁니다. 사회적 지향성이죠. 그런데 ‘4번이 아무 문제없어, 이렇게 비싸게 받아도 아무 문제없어’ 라는 것은 폭리입니다”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동시에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을 완전히 쓸모없게 만들어버린다"
“이는 1, 2번을 하는 사람을 무색하게 만들고 4번 하는 사람도 다 그런 논리를 주장할 수 있게 합니다. 사회적 지향성을 가지고 가는 것을 완전 무색하게 만들어 시장 질서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을 흔듭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달걀을 먹고 고기는 먹지만, 동물들이 고통받으면서 나한테 축산물을 제공하는 것이 내가 윤리적인 입장에서 불편하다. 내가 비록 먹지만 동물들은 좀 편안한 환경에 있으면 좋겠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이경실 씨가 완전히 뒤집어 엎는 것이죠”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시장 질서가 무너짐과 동시에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을 완전히 쓸모없게 만들어버린다며 비판적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도 아직 이경실 씨는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쓴 글까지 삭제하고 조 대표를 차단했다는 것. 조 대표는 이 지점에서 일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경실씨는 무엇이 잘못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윤리적 소비가 선택의 문제라고만 계속 얘기를 해요. 물론 선택의 문제는 맞지만, 계속 사회적으로 확산을 시켜야 되는 마당에 ‘선택의 문제’ 이런 식으로 치부하면 그동안 윤리적 소비하는 사람들의 가치관 이런 것을 내동댕이 치는 겁니다. 선택도 책임의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동물을 이용하고 그 동물이 고통스러워 하니까요”
조 대표는 이경실 씨가 전문적인 부분에 있어 잘 몰랐었을 수 있지만 지적이 나오면 무엇이 문제인지는 본인이 알아봐야 되고 거기에 따라서 처신해야 되는 것이 본인의 책무라 강조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왔으면 그것은 공인된 입장을 자기가 활용하겠다는 것이기에 당연한 책무인데 안타깝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 산란계 사육환경을 포장지에 표시하자는 서명운동 전개중
현재 동물자유연대는 산란계 사육환경을 포장재 전면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전개중이다. 현재까지 2,5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소비자 알권리를 보장할 뿐 아니라 생산 과정의 윤리적 기준을 시장에 반영하게 만드는 필수 조치라는 것.
“이것은 식약처에서 해야 되는데 식약처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농림부도 포장지에다 표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었는데도요. 그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기자님이 한번 식약처에 물어봐 주세요. 너무 이해가 안 갑니다”
조 대표는 유럽은 배터리 케이지 사육 자체를 완전히 금지했고 포장지에 농장 안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알이라는 표시를 직접적 워딩으로 표시한다며 그 사진을 보여줬다.
“정말 소비자들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인간이 먹는 음식이라고 치부되면서 동물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 생각을 해 주시고 적어도 우리가 축산물을 섭취한다면 그 고통을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것도 우리한테 가져야 될 책무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에 공감대를 형성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아란’ 논란이 고통받는 동물들의 환경과 인간의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조희경 대표가 이끄는 동물자유연대는 25년전인 2000년에 창립했다. 당시에도 대구에 동물보호협회가 있었고 또 개 식용 종식 활동을 하는 운동가들도 있었지만 조직화된 시민단체는 동물자유연대가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이텔의 애완동물 동호회의 개고기에 관한 토론에 글을 여러번 썼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은 것 같다고 조 대표는 말한다. 동물자유연대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만들어 활동하면서 이전에 하고 있던 사업 때문에 한 2년을 고민을 했지만 결국은 이 길을 가겠다고 결정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1시간 동안의 조 대표와의 인터뷰에서는 동물자유연대가 만들어지기전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이 말씀해 주셨다.
한국NGO신문은 앞으로 그 이야기를 더 심도 있게 전해 보려 하며 이 ‘우아란’ 논란이 인간을 위해 고통받는 동물들의 환경과 인간의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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