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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근절하겠다", 여당되니 말 달라진 이유

참여연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중대하게 침해, 철회하라"

by 이영일
54904068147_03c44dd363_k.jpg ㅍ▲11월 5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기자간담회 한 장면. ⓒ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방지해야 한다며 지난 10월 23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정보통신망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헌법 정신과 국제 인권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아래 민주당)의 이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해 그 유통을 금지하고 만약 그로 인해 피해를 입으면 피해자가 손해액을 증명하지 못해도 법원이 최대 5천만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타인을 해할 의도'의 허위조작정보는 징벌적 성격으로 5배 배액 배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신고가 접수되면 플랫폼의 즉시 삭제·차단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집권여당 되자 180도 달라진 민주당...우려와 반대 쏟아지는데도 정보통신망 개정 강행중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언론을 대상으로 가짜뉴스 신속심의를 추진했을 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을 탄압할 수 있다"며 반대해 놓고선 집권여당이 되자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하겠다며 정 반대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10월,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표현의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등 인권시민단체들이 "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한국형 표현통제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언론 4단체(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도 10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우려를 표했고 11월 5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아니라 언론, 표현의 자유 위축법이다. 미디어 활동을 하는 전 국민을 강력 규제, 개혁 대상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10월 21일 성명을 내고 "국가가 진실의 심판자가 되겠다는 오만한 태도는 류희림 방심위와 얼마나 다른가"라며 비판했던 참여연대는 12월 4일 이 개정안의 철회와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최민희 의원(의안번호 2213684)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입법의견서 :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 위협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철회돼야>(총 5쪽)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헌법재판소, 위축 효과(Chilling Effect) 우려해 허위통신 위헌 결정 내렸는데 민주당은 이 사실을 모르나


531567_560125_1913.jpg 참여연대는 12월 4일 이 개정안의 철회와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입법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 이영일


참여연대는 이 내용이 "사전적 통제와 사후적 징벌이 결합된 공격적인 규제 방식"이라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며 민주주의 공론장의 구조 기반을 훼손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이 개정안이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위헌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위축 효과란 법률이나 규제, 혹은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의 표현의 자유나 기타 기본권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거나 주저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두려움만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을 제약하는 간접적인 통제 효과를 낳는다는 것인데, 명예훼손 소송의 위협 또는 정부의 광범위한 감시, 불명확하고 포괄적인 법률 조항 등이 시민의 정치적·사회적 비판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회·심리적 위축 현상을 참여연대는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금지되는 표현의 내용이 불명확할수록 국민은 규제를 우려해 자기검열을 하게 되기에 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손상한다며 위헌 결정(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 허위통신', 헌재 2010. 12. 28. 2008헌바157등)을 내린 바 있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참여연대, 개정안 철회와 전면적인 재검토 요구 입법의견서 국회에 제출


또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해도 허위정보·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면 정보통신망을 통한 유통을 금지하는 것도 그 판단을 사적 플랫폼이나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재량에 맡기는 것이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는데도 허위 또는 허위조작정보라는 신고가 있으면 플랫폼이 즉시 삭제·차단 조치를 하도록 강제하면 플랫폼이 준사법적 규제 성격을 가져 간접 검열의 제도화를 가능하게 하는 점도 권력비판 언론감시 등 민주주의의 필수 기능부터 침묵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참여연대는 우려를 표했다.


이밖에도 표현의 자유 관련 국제 인권 기준에 맞지 않고 허위조작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와 국회의 기조가 민주주의 공론장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점도 개정안 철회의 이유로 꼽혔다.


참여연대는 "표현의 규제는 삭제·차단·처벌 중심의 접근이 아닌, 투명성, 절차, 책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론장 강화 모델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이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http://www.civilreport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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