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세계 May 29. 2022

청혼


그녀가 말했다.

“줄기 아래를 자르고 물을 갈아주면 더 오래 간데”


간직하고 싶은 꽃다발이 있어 화병에 물을 갈고,

밑줄기를 잘라 다시 꽂았다.


그리곤 문득,

이미 베어 죽인 식물을 오래도록 보고자

또 한 번 그 밑동을 잘라낸 나의 잔인함에 대해

생각한다.


미안, 언젠간 벌을 받겠지.

하지만 아직 널 시들게 할 순 없어.


넌 내 청혼의 기록이기에.

푸른 날의 증인이기에.

조금만 더 시들지 말고 그대로 있어줘.


영원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