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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un 30. 2020

제발 혼자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놀이로 찾는 아이들 자신만의 시간

 놀이는 아이와 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요즘은 많은 엄마들이 소위 '엄마표놀이' 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갖곤 한다. 그렇다면 왜 놀이가 중요할까? 많은 홈스쿨링, 엄마표놀이에 관련된 책에는 '학습효과' 부분이 함께 개제되어 있다. 나는 그것보다 더 집중해야 할것이 '아이만의 시간'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


 "놀이를 준비했는데 아이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지 않아요." 엄마표 놀이를 하고 있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다. 그럼 나는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혹시  "아이가 노는" 놀이가 아니라 엄마가 아이랑 놀고 싶어서 노는 엄마의 놀이를 하고 계신 건 아닌가요?라고. 


 아이가 엄마가 놀자는 방향대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은, 운전대를 엄마가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가고 싶은 엄마와, 오른쪽으로 가고 싶은 아이. 아니 어쩌면 엄마는 애초에 "목적지"라는 것을 향해서 가고 싶지만 그저 "풍경"이 보고 싶은 아이. 서로 간의 시선의 차이에서 생기는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주장이 묘한 기싸움(?)을 만들어 낸다.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노는 과정이 아닌 어떤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엄마가 하게 되면 결과물에 초점을 맞추게 되며 직접 개입하는 부분이 생긴다. 우리 아이들은 "그냥 놀고 싶은 것"뿐인데, 변질이 되어 결론을 위해서 과제(?)를 수행하는 것 같이 되버리는 것이다.



이런 놀이를 나는 '1시간놀이' 라고 말한다.

 


 사과 그림이 있다. 흔히, 어른들은 사과를 색칠하라고 하면 현재 실존하는 색으로 칠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빨주노초파남보 전부 섞어서 만능 붓인 손에다가 잔뜩 치덕치덕 묻힌 다음에 종이고 얼굴이고 신나게 바르고 싶지 않을까? 사과 그림에 빨간색? 왜? 그게 왜 재밌는 거고 왜 해야 할까? 색깔 전부 다 섞어서 엄마 얼굴에 잔뜩 발라주는 게 더 신나는데.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지를 받지 않고 놀고 싶은데, 자꾸 엄마가 막 뭘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해볼까?", "그렇게 하면 안되지~ 이렇게 해야지", "안돼!", "한자리에서만 해야지" 등 이 모든 것들이 아이의 집중력을 깨는 말들이다. 물론, 안전에 반하는 직결된 행동을 할때는 제지를 해주는게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놔두라고 말하고 싶다.


 함께 이야기를 하며 아이의 놀이를 쭈욱 이어나가는 것과 부모의 지휘로 이루어지는 놀이는 천지차이이다. 아이가 즐거움을 갖고 엄마와 유대감을 만들 수 있는 과정이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결론적으로 아이는 이 과정을 놀이로 받아들이지 않을 꺼고, 부모는 이를 불만스럽게 느끼거나 놀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먼저, 표현부터 한번 바꿔보자. 엄마표 놀이가 아닌, "아이주도육아"라고. 이름부터 아이가 직접 논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문장 그대로 "네 맘대로 다 해. 엄마는 옆에서 다치지 않게 놀 수 있도록 도와주고, 네가 궁금한 걸 묻는다면 설명해 주는 도우미일 뿐이야."라는 뜻을 품으면서 말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특히 개월수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이 방법이 더 먹힐 것이다. 테이블에 아이가 가지고 놀것들을 깔아주고, 아이를 불러온다. 그럼 아이는 뭘 해야할지 직감적으로 파악할 것이고, 주변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 자신만의 놀이시간을 가질것이다. 놀이에 빠져 있을 때는 1. 대화없이 놀이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 2. 대화를 하며 역할놀이 또는 아이의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도를 파악해본다. 등 엄마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되 아이가 요청하지 않는 한 되도록 터치는 하지 않는다.


 위에 휴지놀이는 단순히 보면 물감놀이 같지만 과학적인 부분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이 관련해서 아이에게 원리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지속적인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것이다. 이때 재미있었던 것은, 휴지가 물감을 흡수하는 방법이다. 약통을 휴지에 직접 뿌려 색을 내는 방법도 있지만, 그릇에 물감을 가득 뿌려놓고 휴지를 딱 올려놓으면 물감이 샤샤샥 빠른 속도로 휴지 속으로 빨려드러가는 모습 또한 관찰할 수 있다. 나는 전자만 생각했지, 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후자의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서 해내는 걸 보고 '놀이를 통한 사고확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도 분명 중요하지만,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집중하는 시간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부분을 놓치는 분들이 꽤나 많다. 모든걸 아이와 하고 싶어 하거나 모든걸 아이 혼자 했으면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치우치지 않는게 중요하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면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는 능력이 생긴다. 이 능력은 아이가 자라고 성취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작은 규칙 안에서 다른 간섭없이 자신만의 "놀이과정"을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동기"가 부여되며, 놀이 후 "성취감"까지 얻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미래, 여러분들은 어떨까? 이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나는 조금 다르게 놀이를 풀어 나가고 있다. 아이와 뭔가를 만드는 것이 아닌 아이에게 놀이를 전적으로 맡기는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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