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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pr 14. 2021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는 이유

일상의 변론

영국에서 17세기경 금화를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물건을 사고 팔 때 금의 적정량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이 금을 금세공사에게 보관하고 보관증을 받게 된다. 사람들은 무거운 금화, 금을 들고 다니지 않고 보관증으로 물건값을 치루면서 매우 편리하다는 생각을 가진다. 보관증에 대한 신뢰는 누구든지 보관증을 가지고 금세공사를 찾아가 보관증에 기재되어 있는 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굳건하게 싹이 튼다.


그런데, 금세공사가 잘 지켜보니 금을 맡긴 사람들 중 보관증을 제시하며 금을 반환받아가는 사람이 금 위탁비율의 10%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금세공사는 보관 중인 금을 10%만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실제 보관량 보다 더 많은 보관증을 발행하면서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쏠쏠하다. 금 위탁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모두 금세공사에게 맡긴 금을 내놓으라고 하자 금세공사는 보관증별 금의 양을 반환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뱅크런이다. 그리고, 10%는 현재 은행의 지급준비율이 된다.


실물화폐, 보관증, 주식 등 지급수단이 다양하게 변모되었다. 실제 은행의 금 보관량은 시장에 풀린 화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데도 사람들은 금리를 인정한다. 바로 믿음 때문이다. 신용카드 역시 믿음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는 이유!
1. 가상화폐가 실제 돈 값을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앞서 길게 소개한 바와 같이 화폐는 그것에 대한 믿음, 신뢰,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공동체(커뮤니티)간의 약속의 이행으로 인해 가치를 인정받는다. 가상화폐는 범죄에 이용되었을 경우 몰수의 대상이다. 그리고, 등락폭이 여전히 봄날같지만 돈값한다는 믿음이 사람들간에 형성되어 가고 있고, 굳건해지고 있다. 일단,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크지만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적어도 그것을 사고 파는 사람들간에서는 확실하다.


2. 각종 가상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벼락돈을 벌거나 폭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를 제외한 알트코인으로 나뉜다. 코인은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토큰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전세계 코인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과 토큰은 무수히 많다. 그러면서 특정 코인은 사기로 돈을 편취하는 수단이 되고, 특정 코인은 거래소 등장 이전부터 소문이 무성해서 상장과 동시에 가격이 급등한다(소위 상장빔). ICO, IEO, IDO 단계 즉, 상장전 특정 코인을 매수한 사람들은 그 코인의 상장을 통해 동시에 큰 이익을 얻게 된다. 물론 코인의 생명주기가 있는데 코인발행회사가 백서, 로드맵에 따라 사업을 착착 진행해서 결과물을 내놓으면 사람들의 신뢰는 커져서 더 많은 돈이 몰린다. 즉, 코인이 팔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인은 별빛처럼 반짝하다가 시체처럼 미동없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코인을 통해 내가 번 돈은 누군가의 돈이다. 결국 선물과 같이 매도인과 매수자가 거래소를 중간에 놓고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팔아 누군가는 아주 큰, 또는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기고, 높은 가격에 매수한 사람은 물리고 만다. 왜? 코인의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매수자가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식과 달리 코인은 순식간에 몇천에서 몇억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돈이 몰린다. 반대로 순식간에 몇천에서 몇억을 날릴 수도 있다. 돈을 번 사람은 짜릿한 흥분을, 돈을 잃은 사람은 깊은 수렁에 빠진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돈을 딸 것으로 생각하지 잃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기 때문에 코인판에 돈이 몰린다. 목돈 벌었다는 소식만 뇌리에 생생하고 돈을 잃어 수렁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매몰시킨다.


3. 주식, 부동산 등으로 계층이동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전통적인 투자방법인 주식, 부동산으로는 인생역전, 한방러쉬, 특히 계층이동이 현재로써는 불가능해 보인다. 뭔가 번개와 천둥처럼 '한방'이 있지 않고서는 현재 소득상태로, 또는 직장을 구하지 못 한 상태로는 그런 희망은 몽상일 뿐이다.


적은 돈, 큰 돈, 남의 돈 가릴 것없이 코인판에 투신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상황 때문이다. 열심히 벌어 아끼고 저축해 본들 답이 없다. 부동산 투자하려니 대출도 막혀, 대출이 가능해도 돈 될만한 부동산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에 부동산은 이제 일부 부자들의 돈벌이 판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소액으로 벼락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에 대한 해답이 코인판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주변에 보니 코인으로 수천, 수억, 수십억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일 경우, 더욱 코인판에 뛰어들 용기를 북돋아 준다.


잘만 하면 억대의 돈을 버는데 한달이 채 걸리지 않는단다. 하지만, 그 부분집합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채무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보유현금으로 코인판에 뛰어든 사람은 채무자 수준은 아닐지라도 소유를 일부 상실했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을 때보다 상실했을 때 상심이 더 크다.


4. 코인으로 돈을 잃었던 벌었건 코인판의 도박성을 잊을 수가 없다

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은 다시는 코인 거래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리고, 돈을 잃은 사람은 다시는 코인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오해다. 번 사람은 원금을 제외한 돈, 또는 원금까지 다시 코인거래를 한다. 잃은 사람은 시드머니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결코 자신의 코인거래에 문제가 있다거나 누군가로부터 속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딴 사람도, 번 사람도 여전히 코인판에 남는다. 그리고, 신규유입 인구도 점차 늘고 있다. 결국, 내 돈과 남의 돈 간의 교환인데, 누군가의 수익은 누군가의 손실이다. 게다가 거래소는 판 짜놓고 수수방관하면서 수수료를 번다.


돈을 벌고 잃기가 하루, 이틀, 일주, 한달 등으로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위험과 흥분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 거의 도박이나 마찬가지이다. 주식은 유무형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주식회사라는 실체가 있지만 코인은 코인회사가 실체라고 설명하는 것이 실체가 없다.


5. 코인거래는 24시간 이루어진다

주식의 경우, 개장시간과 폐장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 외에는 주식거래를 할 수 없다. 사람도 쉬고, AI도 쉴 수 있다. 하지만, 코인은 개장과 폐장시간이 없어서 24시간 지속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잠들어 있는 사이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물론, 코인의 프로그램도 고점의 매도가격, 저점의 매수가격을 예정해 둘 수 있다. 그런데, 잠들어 있는 동안 만약 지정 매도가격보다 높이 올라가는 추세인 경우 눈 뜨고 있었으면 팔지 않았을 가격에 자신의 코인이 매도가 되어 버리고, 마찬가지로 눈 뜨고 있었으면 내려가는 추세에서 매수하지 않았을 가격에 남의 코인이 자신의 코인으로 매수가 되어 버린다.


사람들은 두 가지 경우 모두 상실감을 느낀다. "더 높은 가격에 매도를 예정해 둘 걸, 더 낮은 가격에 매수를 예정해 둘 걸" 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돈에 대한 욕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이들, 소득이 빈약한 부류의 경우, 전통적인 욕망해소 수단으로는 계층이동이, 삶의 향상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도박이나 마찬가지인 코인판에 사람들이 몰려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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