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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 마이솔 클래스

by 비상곰

갑자기 추워진 것 같다. 반바지를 입고 요가원에 갔는데, 다리 아래쪽이 싸늘했다. 내일부터는 긴바지를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를 하며 다리를 앞으로 쭉 늘리는데, 허벅지 바깥쪽이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부드럽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좀처럼 한발로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동작을 하다가 두세 번씩 다리를 매트에 떨어뜨렸다. 이 자세가 잘 되는 날은 기분이 참 좋은데, 반대로 오늘처럼 헤매는 날이면 찝찝한 기분이 남는다.


예전 같으면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을 다음 동작을 하면서도 계속 품곤 했는데, 요즘은 바로 떨쳐내려 한다. “뭐, 내일 하면 되지.” 이렇게 마음을 돌리고 다음 동작에 집중한다.


내가 하고 있는 아쉬탕가 요가의 목적이 ‘내가 만족하는 완벽한 동작’에 있지 않음을 알기에, 사소한 건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초반에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지금은 다치지 않고 평범하고 소박하게 하루하루 연습하는 것이 목표다.


삶도 그렇게 살고 싶다. 적당히 엉뚱하게, 막 살아보고 싶다. 그런데 소심해서 잘 안 된다. 아무튼 오늘은 아침 일찍 요가를 하는 그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파비스타 코나아사나를 할 때는, 언제부턴가 내 턱이 바닥에 닿을 만큼 쭉 늘어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다. 작년엔 너무 아파서 제대로 펴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부드럽고 아름답게 늘어난다.


머리서기도 거의 1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몸이 변해서인지 안정적인 자세를 잡기 어려웠다. 선생님은 “여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최적의 자리가 있다고 했는데, 최근에 ‘여기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습을 한다고 해서 모든 동작이 늘 잘 되는 건 아니다. 잘 될 때도, 때로는 실력이 뒤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내일은 어떤 몸과 마음으로 매트 위에 서게 될지 살짝 기대되고, 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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