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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상곰 Jul 25. 2017

일본 목욕탕에 가다

센토 즐기기

일본의 대중목욕탕을 센토 (銭湯せんとう)라고 한다. [銭]은 '동전'을 뜻하고 [湯]은 '뜨거운 물'을 뜻한다. 그러니깐 동전 몇 푼으로 가는 목욕탕이라고 할까?  


오래된 센토 ( たつの湯 도쿄 내리마구)




센토 입구에는 [ゆ](유)라고 적혀있는 노랭이 걸렸있다. (노랭은 상점 입구에 치는 막을 뜻한다.) [ゆ]는 뜨거운 물을 뜻하는 湯 (탕)의 일본 발음인데. 뜨거운 물, 목욕물, 온천물 등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ゆ](유)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면 목욕탕. 센토라고 생각하면 된다.


ゆ (유) 라고 적혀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아마도 센토





일본의 목욕문화는 한국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목욕에 대한 인식부터가 다르다. 일본인들은 더러운 몸을 씻으러 간다는 개념보다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러 간다'는 의식이 강하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습관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처럼 탕에서 때를 밀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온천과 목욕문화 (새로운 일본의 이해, 2005. 3. 2., 다락원)


1956년에 만들어진 센토 ( 鶴の湯 도쿄 에도가와구 )





한국에는 온돌이나 찜질방, 숯가마 같은 지지는 문화가 있다면 일본은 뜨거운 물에 담그는 문화라고 한다.


일본인은 목욕하기를 좋아한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은 물론, 추운 겨울에도 매일 목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인에게 목욕은 심신의 피로를 풀고 편안하게 해주는 중요한 시간으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건강과 미용에 도움이 되는 좋은 수단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온천과 목욕문화 (새로운 일본의 이해, 2005. 3. 2., 다락원)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센토 (大黒湯 도쿄 메구로구)




그래서 센토(동네 목욕탕)는 집에 목욕탕이 없던 시절에 꼭 필요했던 공간이었고 지역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엔 가정의 목욕시설이 좋아졌고, 도심 속에 시설 좋은 온천이나 대형 목욕탕이 있어서 예전보다 센토의 숫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센토들이 운영 중에 있고,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온천이라고 적혀있는 센토도 있다. (白鶴温泉 오사카 히가시나리구)




온돌에 익숙한 한국사람에게 일본집은 엄청 춥다. 집보다 밖이 따뜻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겨울날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몸이 사르르 녹는 게 느껴진다. 나도 원래는 목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목욕탕에 오래 있으면 답답하고 빨리 나가고만 싶었다. 그런데 일본 생활을 하면서 일본인들처럼 목욕을 즐기게 되었다. 추운 날 몸을 데우기 위해서는 탕에 들어가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운 여름에도 센토에 다녀오면 활기가 느껴졌다.


일본 센토는 보통 오후 3시경 부터 영업시작




신발장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다. 신발장부터 남녀로 나뉜다.


목욕탕 입구. 먼저 신을 벗는다




비어있는 곳을 찾고 맘에 드는 번호에 신발을 넣는다. 그리고 나무로 된 열쇠를 빼서 안으로 들어간다. 어느새 신발장 번호도 습관이 되어서 항상 넣는 곳에 넣게 된다.


나무열쇠를 뽑으면 문이 잠긴다




요금 내는 곳

안으로 들어가면 요금 내는 곳이 있다. 이곳을 반다이(番臺)라고 한다. 남자 탈의실과 여자 탈의실은 벽으로 나뉘어져 있고 천장은 뚫려있다. 주인은 그 가운데에 앉아서 돈을 받는다. 살짝 높은 곳에서 남탕과 여탕을 동시에 보면서 관리를 한다. 마치 배구 심판 같다.




내가 자주 가던 센토에는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교대로 앉아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면 짧고 명료하게 인사를 한다.



“이랏샤이”


우리말로 하면 “어서오슈”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천장이 뚫려있는 남탕 여탕 가운데에 앉아있는 센토 주인. 마치 배구 심판 같다. 




처음 그곳을 갔을 때 반다이에 주인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주인 할머니는 TV를 본다고 정면을 보고 있지만 할머니가 앉아 있는 곳은 남자 탈의실이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여탕 쪽에는 가림막이 있는데 남자 쪽은 아무것도 없었다.


“엥?? 할머니 앞에서 벗어야 하는 거야??!!”


참으로 당황스러워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남자들이나 그것을 보는 할머니나 모두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심지어 어떤 할아버지는 벗은 채로 주인 할머니하고 인사하고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들을 하더라고. (그래도 중요한 부분은 수건으로 가렸음 -_-;; )


목욕탕 주인은 그곳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성별은 개의치 않는 것이 이들의 문화인 것 같았다. 우리는 이해가 안 되지만.


처음엔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몇 번 다니다 보니깐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할머니가 남탕으로 청소하러 들어와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이렇게 밖에서 요금을 받는 곳도 많다




모든 센토가 탈의실 가운데에 주인이 앉아있는 것은 아니고 주인이 반대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곳도 있고 탈의실 밖에서 요금을 받는 곳도 많았다. 


탈의실. 가운데 벽 너머는 여자탈의실 ( 그리진 않았지만 여자 쪽에도 분명 사람이 있을 것이다^^)




탕으로 들어간다. 천장이 매우 높다. 그리고 가운데 벽이 있고 천장은 뚫려있다. 그래서 여탕 쪽의 말소리가 들린다. 아마 남자 쪽 목소리도 저쪽으로 들리겠지. 보이지는 않아도 천장이 뚫려있고 목소리가 들리니깐 낯설고 저쪽을 상상하기도 했는데 (흐흐흐) 이것 역시 금방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뚫린 천장을 이용해서


“엄마~~ 다 했어? 나 나갈게~~”
“응 밖에서 조금만 기다려~~~”


이렇게 소통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매우 편리하다.


 목욕하는 곳. 가운데 벽 너머는 여탕 ( 그리진 않았지만 여자 쪽에도 분명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일본 센토는 참 정겹고 매력이 많다.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기도 하고 오래된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서 인 것 같다.


자! 다음엔 좀 더 일본 센토의 매력에 빠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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