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비자발적 무직이 된 지 5개월이 다 되어 갔습니다. 9월부터 시작했던 헤드헌터의 일은 매일매일 같은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진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나름 써칭의 속도도 빨라졌고, 간간이 제가 추천한 후보자가 서류합격도 하였으니까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습니다.
해야지 뭐 어떡하겠어
저에게는 참으로 위로가 되는 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벌써 2개월째 소득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그야말로 하루하루 똥줄이 탔습니다. 마인드 컨트롤도 별 소용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저의 마음은 상처 입어 갔습니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는 ‘전우’가 있었습니다. 안 좋은 일을 겪거나 혹은 마음이 허할 때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렇게 퇴근길에 치맥을 하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로 옆의 전우가 없었습니다. 랜선 전우는 있었지만, 그들과 물리적으로는 같이 있지 않았기에 저는 하루 종일 혼자였습니다.
혼자 있다 보면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합니다. 열심히 제안을 했는데 어이없는 거절을 당하거나 제 자신에 대해서 실망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잠시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그때뿐이고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마음에 누적될 뿐이지요.
예전, 기업에 재직할 때도 그런 상황이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근무했지만, 결국은 저 혼자였습니다. 누군가와의 식사마저도 정치활동으로 오해받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혼밥이었습니다. 일부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듯 저는 혼자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근길 전우들과의 시간도 사라졌습니다. 저도 괜히 저와 술이라도 한잔 했다가, 전우가 오해받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혼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매우 궁상인 듯 하지만, 혼술은 나름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국밥에 반주를 하는 정도이기에 끼니와 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방 배가 불러서 과음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와 술을 같이 한다면 신세한탄이 되어서 술이 술을 마시게 되겠지만, 국밥과 함께하는 반주는 아무리 길어도 30분 이내에 끝을 보게 됩니다. 다음날 컨디션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술자리는 마무리됩니다. 귀가해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면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게 됩니다. 그렇게 저는 스트레스가 누적되지 않게 적절하게 혼술을 이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