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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제 정규직은 의미가 없다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올해 초 여러 가지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된 것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주직장 평균 퇴사 연령이었습니다.



49.3세



법으로 정년이 정해져 있고, 법적으로는 해고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정규직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양한 해고방법이 존재합니다. 기수문화가 철저한 곳은 후배기수를 먼저 진급을 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면 선배 기수들은 알아서 옷을 벗지요. 직장생활의 연장보다는 그들의 세계 안에서의 서열과 자존감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기존업무, 직무, 직군과 전혀 상관없는 자리로 발령을 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 ‘김 부장’에서도 이미 그 방법이 나왔었지요. 정규직이라고 해서 천년만년 조직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많은 기업에서는 근속 10년, 20년, 30년 등으로 근속에 대한 감사행사를 많이 합니다. 통상 근속 10년, 20년 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의 주인공이 되지만, 근속 30년은 임원을 비롯한 정말 소수만이 주인공이 됩니다. 근속 20년은 보통 군대를 다녀온 학사학위 보유 남자 기준으로 보면 40대 중후반정도 됩니다. 위의 통계자료처럼 40대 후반에 근속 20년에 도달한 이후에는 하나둘씩 사라지게 됩니다. 최근의 다른 통계를 보니 제가 위에서 찾은 연령보다 소폭 상승한 자료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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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세



그래도 그새 상승했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통계는 모집단의 구성이나 기타 다양한 장치들이 있어서 어느 하나가 맞다 틀 리다를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 숫자들을 보면 숫자 자체보다도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결국 50대에는 조직에서 내몰리게 됩니다.



저는 해고 당시 50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장으로의 정규직으로서의 이직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 조직에서 자연 수명을 다해서 퇴사를 하게 된 것인데요, 다른 조직이라고 해서 다를까요? 그 조직에서도 50 근방이 되면 곧 조직에서 나가야 하는 시점이 됩니다. 4말 5초가 되어 이직을 할 때 계약직은 애초부터 선택지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규직이라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다를까요? 저도 해고 통보를 받은 그 회사에 당연히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저 역시 이 포지션이 계약직이었다면 절대 지원도 하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해고는 한순간이었습니다. 회사와 근로기준법을 무기로 싸우고 싶었지만, 당장의 생존이 우선이었습니다.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서 이긴다 해도 기껏해야 한두 달 치 급여정도로 마무리되기 쉽습니다. 승자의 저주(?)란 바로 이런 경우겠지요.



해고로 인한 비자발적 퇴사를 경험하고 보니 저에게는 이제 정규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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