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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Nov 19. 2024

함바집

따듯한 밥

회사 근처가 얼마 전부터  죄다 공사판이 되었다. 오래된 구옥이 들어선 마을이었는데  본격적인 대단위 재개발로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높은 담을 둘러치고 철거를 하나 싶었는데 얼마 전부터 높은 타워 크레인이 몇 대 설치되고 수시로 중장비가 거대한 담장 안으로 들락거린다. 개발에서 제외된 곳의 가게나 공터에 음식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내가 출근하는 길가에는 내내 놀던 나대지에 제법 큰 가건물이 들어서더니 대형 함바집 생겼다. 함바집 입구에  손  씻는 세면대도 설치되고 안전모를 놓는 선반이랑 식후에 쉬며 커피를 마실 휴게소도 부대시설로 있는 게 여간 편리해 보이는 게 아니다.


점심 때나 식사시간에 그곳을 지날 일은 없어 건설현장의 인부들이 드나드는 것은 아직 못 보았지만 활기찬 식사 풍경과 넉넉한 인심이 그려진다. 몸을 써서 열심히 일한 후에 먹는 한 끼의 밥, 함바집의 열기 같은 거 말이다.


엊그제에는 가을볕이 너무 좋아 무작정 나가서 "바람 쐬는 길"을 걷게 되었다. 은행나무 단풍이 한창이라 노란 터널을 걷는 듯했다. 볕과 색에 흠씬 젖어 싸드락싸드락 걷다가 보니 배가 고팠다.


정오에 가까워질 무렵이었는데  회사 작업복을 입은 장정들이 둑길을 가로질러 마을로 향하는 게 보였다. 오래전 자주 갔던 근처의 식당을 향하고 있었다. 음식 솜씨 좋고 인심 후한 아주머니가 점심때만 여는 오래된 식당이었다.


모처럼 우리도 그리로 갔다. 예전의 그 아주머니가 여전히 가게를 하고 계셨다. 정갈한 나물반찬에 제육볶음, 잘 익은 김치에 톱톱한 시래깃국이 맛있었다.


계산하려고 보니 밥값이 7,000원. 요즘 카페의 커피 한 잔 값. 새벽부터 장보고 찬 만드느라 수고한 것 치고는 너무 착한 값.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덕을 쌓기 위해 여는 거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달게 먹고 나왔다. 이 대성리 식당 아주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기시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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