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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한 입만, 순댓국

꽉 막히는 도로 그리고 울렁거리는 롤러코스터 버스에서의 율동

by So Harmony 소마필라

#퇴근길


가장 행복한 길.

그건 바로 퇴근길.


그런데 금요일 퇴근길은 고통이다.


꽉 막혀있는 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버스 안,


롤러코스터의 움직임처럼

나의 몸을 춤추게 만든다.

그리고 나의 속은 울렁거린다.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려오면 나는 거의 탈진이 된다.


짜증

현기증

그리고 배고픔


이 모든 감정이 폭발하기 일보직전

버스는 내가 내릴 정류장에 멈춘다.


신기하다. 딱 그 직전에 도착한다.


그리고 까맣게 쌍으로 다니는 러브버그가 나의 볼을 간지럽힌다.


지금 나의 6월 마지막 자락의 이야기다.


그런

퇴근길

그리고

그 고통의 길.


이 순간을 행복으로 마침표 찍어줄

바로,


오늘의 나의


한 입만,


막힌 도로도 확 뚫어줄,

막힌 나의 속을 더 뚫어줄,


순댓국이다.


***


뽀얀 국물에 폭 담겨 있는

나의 사랑 고기들과

그리고 꼬릿꼬릿한 내장에 감싸서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는 순대


이 나름 "내가 제일 잘 나가" 하는 아이들이

뽀얀 국물에서 서로서로 몸을 담가,

각자의 뽐내는 맛을 다 한 번에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 깊은 맛을 자아내는


지글지글 뚝배기에 끓여 올라오는


순댓국.


이 한 방은 나의 지치고 짜증 나는 마음을 한 순간 녹아내리게 한다.


특히 정말 맛있다고 소문난 순댓국 집은

입에서 연신 행복해~라는 단어가 줄지어 나올 정도로 행복하다.


그 맛집은

순댓국도 맛있지만,


거기에 곁들여 먹는 김치와 깍두기도

순댓국의 맛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새콤 시원하게 나의 입을 헹궈준다.


순댓국이

더 내 입에 들어올 수 있게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한 입만, 순댓국으로

기쁨의 춤을 춘다.


퇴근길. 언젠가 그리울 수 있는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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