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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May 11. 2021

풀멍의 즐거움

야생초

 요즘 냥 바라만 봐도 좋은 상대를 만났다. 

매일매일 보고 싶어 잊지 않고 찾아간다. 바로 그 상대는 야생초다. 공터마다 풀이 잔뜩 자란 덤불있는데, 가장 복잡하게 엉킨 풀들을 찾아 시간을 보낸다.


 핑을 가서 하는 힐링이 불 보면서 멍 때리는 불멍이라고 하던, 딱 지금 시기에 풀멍도 그만큼 매력적이다. 여름을 앞둔 야생의 장소에서 파릇파릇한 야생초들을 보며  풀멍(풀 보며 멍 때리기)에 빠졌다.


 매일 출근하듯 꽃을 찾는 일을 하는 나에게 풀멍의 시간은 쉬는 시간이다. 야생의 풀색은 침침했던 시력도 좋아지는 기분이다. 뒤죽박죽 엉킨 우울감 누그러진다. 

모든 것을 멈추고 멍하니 그냥 바라만 봐도 좋다.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고, 정신이 들면  큰 눈으로 야생초를 하나씩 찾아본다. 멍 때리고 나서 현실로 돌아가는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질경이, 토끼풀, 뱀딸기, 종지나물 잎이 빽빽하게 나있다. 모두가 초록이지만 다른 모양으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 확실한 특징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야생초들이  한 곳에서 어울려 자라는 모습이 아이들처럼 참 사랑스럽다. 하교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얼굴과 비슷하게 생긴 아이를 찾는 기분이다. 누구나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고 이파리 하나도 충분히 멋스러운 야생초들이기 때문이다.


 가끔 산책을 나서지 못한 날은 사진을  보며 풀멍을 한다. 직접 풀멍한 것 만 못하지만 멍 때리기는 금방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사진을 찍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에서 피어날 준비가 된 노란 괭이밥 꽃을 찾았다. 그리고 하나인 줄 알았던  뱀딸기가 여러 개 숨겨져 있었다. 


마구 엉킨 풀숲이지만 그 안에 규칙들이 들어있다. 야생초들은 시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꽃은 지면 열매가 되거나 씨앗으로 만들어진다. 작고 작은 야생초 꽃이지만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다.


 제나 풀 멍을 좋아하는 짝꿍은 아이들이다. 그리고 늘 멍 때리기의 승자는 아이들의 몫이다. 엄마의 무릎은 금방 시고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처럼 풀멍의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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