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1. 궤변
화살이 과녁에 다다르기 위해
그 거리의 반을 지나고
그 반의 반을 지나고
그 반의 반
끊임없는 반을 지나다 보면
영원히 과녁에 도달할 수 없다
2. 사랑
사랑은
다가 가면
다가 간만큼 멀어지고
멀어진 만큼 다가 가면
다시 멀어지는 원시의 거리
사랑은
그 원시에서 잉태되는 별이다
3. 반의 사랑
너에게로 다가가는
반의 반의 반의 반에서
영원히 다가가지 못해도
궤변의 반을 믿는 것은
언젠가
그 반의 반의 반의 반을
네가 다가오면 되기 때문이다
아니면
반의 사랑만 알아 버리고
나머지 반의 사랑은
네가 알면 되는 것이다
사랑은
반을 접어 내는 일
반으로 접혀져
반을 잃어버려도
반의 두께로
서로가 따뜻해지는 이유이다
사랑은
너를 접어 내는 것
반의 거리를 접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