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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2. 2016

밤하늘의 대성고 트럼펫

김주탁


대전 목동에는 부드러운 관악음 있었지
야간자습 창가 기웃거리는 파리한 달빛
별 하늘 언저리 번지며 내려오던 음원
아직도 잊지 못하리라
텅 빈 교정 옥상에서 불어 대던 트럼펫 소리
고구마 껍질 빛 너른 운동장 따라 나와
고삼의 귀갓길 등 뒤로 투망처럼 펼쳐져
온통 있는 감정 없는 감성 훔쳐 가던
대성고 밴드부 '밤하늘의 트럼펫' 연주
힘들고 고되지만 조금 더 힘내라고
두 입술 세게 죈 마우스피스에 
힘찬 숨 불어넣다가도
순수한 낭만 잊지 말라고
삼 번 밸브로 한음 반 내려 부드러워졌었지
그 추억 먹먹한 연주 소리는
세월 가며 협착해지는 삶의 혈관을 튜닝하고
내 안의 울타리 피어난 나팔꽃 같은 *벨을 열면
동창인 너의 가슴에서도 *일 실렌지오
후배인 너의 가슴에서도 뜨거운 환청의 소통
굳이 눈 감지 않아도 
*니니로 소 숨 터트리며
지상에서 영원으로 울려 퍼지던
Bb조 트럼펫 선율

-먼저 떠난 재근에게 늦게나마 이 시를 바친다

*벨-트럼펫 본관의 끝에 위치한 나팔꽃 모양의 배음구
*일 실렌지오/이테리어-밤하늘의 트럼펫 곡명
*니니로 소-세기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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