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장애 기억저장장애
나는 젊은 시절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그때만 해도 사람의 삶이 이렇게 복잡한 표정을 가진다는 것을 깊이 알지 못했다. 배움이란 늘 책 속에서 이루어지는 줄로만 알았고,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흔들리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지는 현장에 나와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두 사람을 만났다. 내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쌓여 있고, 비워지지 않는 두 사람이다.
첫 번째 만남은 내가 빈민복지기관의 시설장으로 일하던 시절이었다.
정신보건복지센터에서 한 대상자가 있다고 하여 동행했던 날, 우리는 시골의 조용한 동네에 도착했다. 작은 단층집 하나. 방문에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문을 열자, 방 한쪽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
그 주변은 말 그대로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무엇이 쓰레기인지, 무엇이 생활 도구인지, 무엇이 그의 기억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를 바라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삶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심리상담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장장애에는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 또는 “저장강박”이라고 부르는 것과, 기억저장장애(storage deficit)라고 하는 것이 있다. 둘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 젊은 남자는 물건을 버리지 못해 삶의 공간이 무너졌던 것이 아니라, 마음의 질서가 무너져 버린 상태였다. 그 혼란은 조현병의 음성증상처럼, 자신을 돌보는 힘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그림자였음을 나는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두 번째 만남은 노인복지시설장으로 일할 때였다.
경로식당에 매일 같이 오던 한 노인이 있었다. 예전에는 우체국에서 일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했지만, 그의 현재 삶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손톱과 발톱은 길게 자라 있었고, 머리도 오랫동안 다듬지 않은 듯 흐트러져 있었다. 몸에서 나는 냄새는 그가 오랜 시간 자신을 돌보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손톱을 잘라드렸고, 자원봉사자가 머리를 손질해 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삶의 축은 이미 어딘가 무너져 있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체국을 찾아가 예금이 잘 있는지 반복해서 확인했다. 불안, 기억력 저하, 혼란이 한데 뒤엉켜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방 안에는 쌀 포대가 대여섯 개 쌓여 있었고, 그 밑에는 쥐가 파놓은 구멍이 여러 개 보였다. 생활공간은 잡동사니로 꽉 차 있었고, 그 어지러운 공간 속에서 그는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행정기관이 친척을 찾아 병원 입원을 도왔을 때, 나는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묵직한 질문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는 너무 늦게 다가간 것은 아닐까?”
심리상담을 공부하기 전의 나는 그저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 노인도 단순한 저장강박이 아니라, 치매와 자기 방치, 그리고 불안이 결합한 깊은 고통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지금 돌아보면, 두 사람의 방은 단순히 물건이 쌓인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마음이 무너져 내린 자리였고, 고통이 구조화되지 못한 채 쌓여 있던 흔적이었다. 나는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본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버려진 것이 아니라,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절규의 형태였다고.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때로는 물건으로, 때로는 불안으로, 때로는 닫힌 문 하나로 나타날 뿐이다.
나는 그 문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그들의 삶을 바라보았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들의 쌓여가는 방을 보았던 경험은, 내 마음속에도 오래도록 남아 내가 어떤 사람으로 타인의 고통에 다가가야 하는지를 가만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