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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정 Aug 27. 2024

천장멍



기분 나쁜 꿈을 꾸다 알람 소리에 깼다. 일어나 밥할 시간이다. 갑자기 깨어버린 몸과 내 뇌가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어나고 싶지 않다. 나쁜 기운의 꿈이 더욱 생생하게 생각나 지워버리고 싶었고, 몸은 손 하나 까딱 들기도 무거워 강렬하게 잠을 원했다. 눈을 감으면 다시 까무룩 잠 들 기세였다.


잠에 들지 않기 위해선 눈이라도 뜨고 의식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이미 해가 든 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일단 나쁜 기운이 사그라질 기다려본다. 흘러갈 것이다. 그런 꿈 따윈 내 기억에 저장하지 않을 것이다.


고단하다.


고단하단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내 아이를 먹이기 위해 몸을 일으켜야 한다. 먹고 살려면 돈을 벌러 가야 한다. 10수년동안 내 의지로 일어나다 억지로 일으켜야 하는 아침이 고단하다. 천장을 바라보며 나를 도닥일 말을 생각해본다. 공이 들지 않고서야, 품이 들지 않고서야 한 생명을 품을 수 있겠는가. 천장 멍때리기로 구겨진 마음을 가지런히 펼쳐본다. 일어나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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