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가 된지 두 달이 지났다. 만4세 시절과 확실히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길을 갈때 무서워 꼭 잡던 손을 놓고 이제 혼자 달리기 시작한다.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가 걱정되는 건 엄마 뿐인가. 손 잡으러 쫒아가면 놀이하는 줄 알고 다다다 튀어 가는 아이. 그래도 위험한 곳은 손을 잡아야 하기에 붙잡고는 안 무섭냐고 물었더니,
“괜찮아. 뒤에 엄마가 있잖아”
너무 엄마를 믿는거 아니니? 엄마 가슴 철렁한다.
똥에 미쳐버린다. 엄마 얼굴에 방귀 끼고 깔깔깔 그려오는 그림이 모두 똥그림, 똥 노래 작사작곡, 보는 책도 모두 똥책. 짱구는 못말려 현실판. 아이는 항문기에 완전히 진입한 듯 하다. 더러운 것 부정적인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나름 소화시키고 있다.
선크림 바르는데 거울 보며 이쁜 척. 나도 모르게 볼따구를 물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꽉 참으며
“울애기 왜이렇게 예뻐?”
그러자 아이가 한숨을 푹 쉬며
“에휴 엄마가 나를 사랑하니까 예뻐 보이는 거지.”
잉? 그런걸 벌써 알았단 말이야?
아이가 크고 점점 개구쟁이가 되면서 혼나는 일도 많아졌다. 언젠가는 엄마가 맨날 자기만 땍땍땍땍 혼낸다며 새엄마가 아닌가 의심했다. 엄마는 관심없으면 혼내지도 않고 밥먹으라고도 안 하고 내버려둔다 그랬더니 그럼 자기가 팥쥐란다. 잉? 팥쥐 친엄마가 새엄마(?)잖아 ㅎㅎㅎ
어제는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다 가만히 생각하더니 심각하게 얘기한다.
“요즘은 내가 엄마아빠한테 인기가 없는 것 같아”
뭐? ㅎㅎㅎㅎㅎ 빵 터진 나는 요노무자슥을 간지럼태우며 깔깔 웃었다. 너무 혼냈나? 아니, 나처럼 화 안내는 엄마 어디있다구 ㅎㅎㅎ 벌써부터 애미를 조련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