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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Mar 21. 2017

화엄사 흑매

전남 구례에 가면 지리산 국립공원 노고단 밑 산자락에 대한조계종 재 19 교구 본사인 화엄사(華嚴寺)가 있다. 삼국시대 백제 성왕 22년인 서기 544년도에 창건하였다고 하며 화엄경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기 677년 의상 대사가 각황전을 짓고 화엄경을 보관하였다고 하며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되어 인조 임금 때 재건하였다고 하는데 이 절은 대웅전 보다도 각황전이 중심인 듯 싶다.


그곳에는 족히 300여 년은 넘어 보이는 붉은 꽃이 피는 매화나무가 있는데 우리는 그 나무를 "화엄사 흑매"라고 부른다.


매화나무가 흑매라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통상 매화꽃은 흰색이 가장 많다. 빨간색 꽃이 피는 홍매도 더러 있다. 홍매는 통상은 분홍색을 띠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통도사에 가면 홍매가 큰 것이 두 그루 있는데 그것들도 흑매에 가깝게 검붉은 색을 띠고 있는데 화엄사 매화나무가 좀 더 진한 것 같다. 시기 상으로는 통도사 매화가 2주는 먼저 피는 것 같다. 화엄사 흑매도 정확하게는 홍매인데 짙은 검붉은색이다 보니 검게 보인다 하여 흑매라고 부른다.

화엄사 흑매 나무는 화엄사 각황전 옆에 서 있다. 꽃이 피는 가장 좋은 시기는 그해의 기후에 따라 약간씩 다르겠지만 대략 3월 20일 경 시작되어 일주일 후가 절정이며 4월 초까지 계속된다. 아침 일찍 도착해야 해뜨기 전에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아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동쪽에서 해가 뜨면 역광을 받아 빛나는 흑매를 찍는 것이다. 워낙 진사님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일찍 가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없다. 그렇다고 꼭 그 시간만이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니나 아홉 시를 넘으면 관광객이 많이 와서 원하는 화각의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일명 "부용 매"로 불리는 화엄사 매화나무(천연기념물 제485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 있는데 그 매화나무가 이 흑매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 매화나무는 화엄사 길상암 앞 화엄계곡 대나무 숲에 따로 있는데 수령이 470년 정도 된다고 한다. "부용 영관" 대사가 이 매화나무를 보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구나 하여 "부용 매"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화엄사 흑매는 보는 위치에 따라 꽃 색깔이 다르게 보이는데 역광으로 보면 불타는 것처럼 보이고 통상은 핏빛이라 하면 맞을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진들은 뒤에 것 세 작품을 제외하면 흑매 한 그루를 대상으로 각기 다른 각도로 찍은 작품들이다. 흑매 하나의 나무를 대상으로 500여 컷의 사진을 찍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사진을 그만큼 찍은 것인데 많이 찍는 것이 꼭 능사는 아니나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이런 열정과 시각도 필요한 것이다.

유명 출사지에 가보면 다른 사람이 SNS에 올린 좋은 사진 몇 개 보고 와서 그대로 찍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항상 강조하지만 나만의 시각으로 나만의 사진을 찍으라는 것이다. 모방도 창조를 위해 필요한 일이나 모방으로 그쳐서는 발전도 없고 의미도 없지 않을까 싶다.

여기 올린 사진들은 촬영한 순서별로 게재하였다. 시간대 별로, 장소 및 각도 별로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면서 보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부가 건물에 가렸지만 전체 위용을 볼 수 있는 사진이다. 마침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역광에 가까운 사광을 은은히 받아 매화가 빨갛게 빛나는 사진을 찍었다. 화엄사 건물 지붕과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었다. 아쉽게도 사람이 많아 이렇게 마당이 나오는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다. 이 시간만큼은 저 마당에서 비켜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나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체 분위기는 이것으로 충분히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꽃을 부각하여서 찍은 사진이다. 검붉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래서 흑매라 불렀나 보다. 청회색 기와지붕과 대비되고 기와와 비슷한 색깔의 지리산이 배경으로 대비되어 어울리는 사진이 되었다.


시각을 조금 바꾸고 화각을 조금 키웠을 뿐인데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이 되었다. 핏빛으로 타는 저 매화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어 저렇게 피를 토하듯 빛을 낼까! 오른쪽 상단에 길게 걸린 지붕 처마 끝이 잘 정돈된 전체 구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왜 흑매라 하는지 이 한컷의 사진이 말해준다. 검은 담벼락에 기대어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느낌을 찍었다. 검은색으로 강하게 새겨진 나무줄기 또한 검붉은 꽃과 대비되어 분위기 있는 사진을 만들었다. 산과 기와지붕이 푸른 회색으로 받쳐주어 매화가 더 돋보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자칫 그렇고 그런 무난한 사진이 될뻔한 것을 우측 상단에 풍경을 넣음으로써 격조 높은 사진이 되었다. 은은한 풍경소리가 격정에 떠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하다.


산을 넘은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파고들어 꽃 색깔을 주홍색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빛에 따라 색은 바뀐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빛을 찍는 것이다. 빛에 따라 색이 바뀌는데 특히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은 색온도를 바꾸는 것인데 이 사진은 오토 화이트 밸런스로 세팅해 놓아 절로 색온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 사진은 하늘을 잘라내서 생략하고 아래쪽을 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나무의 힘이 느껴지는가? 그렇다 나는 층계와 건물의 아래쪽 어둡고 검은 부분을 대비시켰다. 배경도 산을 넣어 단순화해서 꽃이 더 돋보이게 했다.

세로 사진으로 나무의 위용과 흑매의 아름다움을 나타내어 멋진 사진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쪽에서 사진을 찍는데 저 나무 밑에서 파란 옷을 입고 혼자 사진을 찍는 저 사람은 열정일까 무례일까? 나만의 사진을 찍었다고 만족할 것인가? 저 쪽에서 이 시간에 찍는 사진은 순광으로 이런 분위기의 사진이 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말해주고 싶다. 골든 타임에 늦게 와서 제발 저렇게 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골프에도 에티켓이 있듯이 사진 촬영하는데도 에티켓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번엔 중간 부분을 잡았다. 왼쪽 상단 모서리에서부터 사각으로 내려오는 지붕이 배경으로 사진의 균형감을 살렸다. 지붕의 선과 검은 나무줄기의 선이 어울리며 균형을 갖추었다. 느낌이 있는 좋은 사진이다.

어떤 사람은 봄이 아름답게 한가득 피었다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열정이 넘쳐흐른다고도 할 것이다.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은 사람은 한을 보지 않았을까! 이 시간 내 마음도 뛰고 있었다.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매화 색깔이 어떤 색으로 보이는가? 검붉은 색깔? 혹시 한 가지 색으로 보았다면 유감이다. 자세히 보면 빨간색, 주홍색, 보라색, 검붉은 색까지 여러 가지 색이 있는 것이다. 빛의 밝기와 각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이런 색을 구분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자세히 보니 더 아름답다! 그래서 사진 찍는 즐거움이 있다.


위의 사진과 비슷한 중간 부분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잡은 것이다. 화이트 밸런스(색온도)도 좀 더 높여서...

이 사진의 느낌은 어떤가? 꽃의 색이 약간 더 화사하게 변했다. 그래도 검은 나무줄기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빨간 매화와 어울려 아름답고 힘 있는 사진이 되었다.


중망원으로 특정 부위만을 잘라서 촬영했다. 우선은 선만을 보길 바란다. 지붕의 선이 보이는가? 그럼 다음에는 나무줄기의 검은 선을 보라!  다음에는 붉은 꽃의 색과 빛을... 눈치 빠른 분은 보셨을 것이다. 두 개의 선이 어울려 그려내는 조화로움과 색의 대비를! 얼뜻 보면 매화꽃만 가득 핀 사진처럼 보일 것이나 나는 꽃만 찍은 것이 아니라 전체의 분위기를 찍은 것이다. 일부만을 잘라내어 찍었으니 사진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여러분이 상상하여 보는 것이다.


이 사진도 윗 사진과 같은 방법으로 보라. 그냥 막 찍은 것 같지만 여기에 있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대충 찍은 것은 없다. 모두가 생각하고 의도해서 찍은 것이다.


단순함은 힘이 있다. 그리고 아름답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는 그냥 꽃만 찍었다. 그것도 일부만... 오른쪽엔 여백을 남기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느냐는 보는 사람 마음대로이다.

당신은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빛의 방향이 바뀌니 꽃의 색도 하늘 색도 바뀐다. 각황전 지붕을 배경으로 대비시켜 찍었다.

보이는가? 선과 색의 대비가... 그리고 아름다움이!

생각하며 보면 더 잘 보인다.


눈을 지그시 뜨고 마음으로 보기 바란다. 그냥 느낌으로 보는 것이다.

가려진 것 같은 각황전 처마가 꽃 뒤에 있다. 그 뒤에는 푸른 하늘이 있고...


태양을 등지고 순광 사진을 찍었다. 꽃의 색이 사광 사진과는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색은 밝아지고 명암의 차이가 없어 펑퍼짐한 느낌의 꽃이 되었다. 우리 애들이 처음 그림을 그릴 때 한 가지 색으로 이렇게 칠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풍경 사진은 순광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다.

왼쪽 각황전의 처마와 오른쪽 배치된 절의 처마가 꽉 잡아주는 사진이다. 지붕 선의 역동성이 느껴지는가?

한쪽은 직선으로 각황전은 곡선으로... 물론 꽃은 곡선, 산은 직선으로... 나름 계산해서 찍은 사진이다.

오래되어서 새 재목으로 갈아 넣은 것과 옛 구조물이 서로 이질감도 있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선이 있는 각황전 처마이다. 멋을 아는 우리 조상들이 존경스럽다.


이제 좀 넓은 화각으로 바꾸었다. 꽃의 비중을 줄이고 전체의 조화를 균형감이 있게 나타내 보려고 했다. 아래쪽엔 관광객이 많아 의도적으로 잘라내었다. 이 또한 좋지 않은가?


지붕의 기와가 아닌 처마 밑의 아름다운 서까래와 꽃을 대비시켰다.

여러 느낌이 있는 사진이다. 검은 나무줄기 끝에 알알이 맺힌 꽃들이 어떤 느낌을 주는가?

그냥 복잡하게만 느껴지는가? 처마의 부드러운 느낌은? 그리고 전체의 조화로움은?


이런 사진은 어떤가? 기와지붕 위에 빨간 매화가 대비되어 강렬하게 돋보인다. 의도적으로 조리개를 열어 꽃만 선명하게 해서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했다. 망원 렌즈는 이런 묘미를 살리기 위해서도 사용한다.


절의 창문 창살을 배경으로 흑 매화가 피었다. 망원으로 왼쪽 상단의 매화는 아웃포커스 시키고 오른쪽 매화만 포커싱 했다. 봄이 창문 앞에 화려하고 따뜻하게 피었다!


세로로 찍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전체 사진의 분위기를 보면 산의 나무들은 아직 봄이 오지 않았는데 무엇이 급한지 매화만 화려하게 먼저 왔다. 푸른 하늘색이 차갑게 보여서 아직은 봄이 이름을 느끼게 한다. 뒤따라 올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


앞에서 이와 비슷한 사진을 소개했었다. 다른 점은 석등을 우측에 배치해서 절의 분위기를 더 강하게 낸 것이다. 초봄 산사의 느낌이 제대로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 석등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큰 석등으로 국보 12호라고 한다. 전체를 넣고 싶었지만 사람이 많아서 이것도 겨우 찍었다. 사람들 때문에 밑을 잘랐지만 그래서 더 아기자기한 사진이 되었다 또 밑을 넣어보아야 노란 마당과 울긋불긋 사람들만 혼란스러울 것이다.


히야! 선과 색의 대비를 보면 멋진 구도와 아름다움이 보인다. 기와의 수수하고 소박한 색과 멋이 흑 매화의 화려함과 대비되어 조화롭게 보인다. 조화로우면 더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여러분도 아름답게 보이는가?


앞의 사진과 비교해서 보기 바란다.  이 또한 멋지지 않은가!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아름다운 사진이 한 장 더 만들어졌다. 꽃도 예쁘지만 기와의 선과 문양이 아름답지 않은가! 자화자찬해서 미안하지만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좋은 사진이다.


각황전을 배경으로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 보았다. 꽃의 색깔이 위치에 따라 빛의 각도에 따라 양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런 미세한 색감을 표현하는 것이 사진이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소박한 듯하면서도 화려한 사진이다.


앞의 사진이 안정적 구도라면 이것은 오른쪽에 처마를 경사지게 넣어서 역동성을 살렸다. 오른쪽 상단 모서리로부터 흐르는 선의 아름다움을 보라!

색온도를 낮춰서 꽃 색깔을 보라색으로 만들어 또 다른 느낌의 매화 사진을 만들었다.


어안렌즈를 세로로 하여 왜곡된 조형미를 표현해 보았다. 색다른 맛이 있지 않은가. 아예 드러누워 찍었으면 더 좋은 사진이 되었을까?


이것 역시 어안으로 찍었다. 지붕이 매화를 감싸 안았다. 재미있지 않은가! 햇볕이 직접 비친 처마 끝 매화는 꽃 색깔이 다르다.


이건 약간 덜 왜곡된 사진인데 꽃을 최대한 살리면서 찍었다. 묘미가 있는 사진이 되었다.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짙은 보라색 꽃이 되었다.


창문을 배경으로 붉은 매화를 흐트러지게 피워서 뿌렸더니 격자형 창살과 좋은 조화를 이루었다.

앞의 사진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한번 만들어 보았다.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하나 더 보여드리고자 한다. 우선 꽃의 색이 사광을 받아서 붉은색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미세한 색의 차이를 읽고 찍는 것이 사진이다. 건물과 대비되어 보이는 매화가 화려하다 못해 섬뜻하게 강하다!


화엄사에 있는 다른 홍매이다. 앞의 매화를 왜 흑매라 하는지 이 홍매 사진을 보고 이해가 될 것이다.

앞의 흑매가 좀 더 정열적이고 한이 있는 분위기에 비통한 느낌이라면 이런 홍매는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검은 기와를 캔버스 삼아 그 위에 홍매를 그려 넣었다. 코너에 넣어 여백의 미를 살려 보았다.


봄기운이 집안 뜰로 한가득 들어왔다. 그냥 따뜻하고 포근하다. 색도 아름답고... 옛 선비들이 왜 매화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지 않은가!


지난번 설중매에 이어 이번엔 화엄사 흑매를 보여드렸습니다. 느낌과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 사진은 2016년 3월 27일 찍은 사진입니다. 이번 주말부터 화엄사에는 흑매가 절정으로 필 것입니다.

잠시 일을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봄을 맞으러 구례 화엄사로 달려가 보지 않으시렵니까?

그곳에서 흑매의 진기함과 화엄사의 아름다움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사진 아름다운 나만의 사진을 많이 찍으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는 곳에 구례 상동마을에서는 노란 산수유꽃이 아름답게 피었을 것입니다. 일석이조의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에 브런치에 소개한 글과 사진이있어 함께 링크합니다.

구례 산수유꽃  https://brunch.co.kr/@kohwang56/203


*여기 게재된 사진은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전재나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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