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출간소식
#장면 1.
내무반에 누워있습니다. 명절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도 빨간 날은 쉽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TV만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TV에서는 무한도전이 방영되고 있었고 저를 포함한 내무반의 까까머리들은 깔깔대며 웃습니다. 몸은 편한데, 마음은 어쩐지 불편합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
#장면 2.
며칠 동안이나 산을 헤매고 있습니다. 무거운 군장을 짊어매고 소총을 들고 하염없이 걷습니다. 이미 땀내로 절어든 방탄모는 더 이상 소금기 가득한 땀을 흡수하지 못하고 줄줄이 아래로 내려보내고 있습니다. 고된 훈련기간. 허벅지까지 쥐 날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어둠 속을 헤매다가 저 멀리 동해바다에서 서서히 번져오는 태양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낄 때는 전율마저 흐립니다. 몸은 불편한데, 가슴은 벅차오릅니다.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
저는 13년을 교사로 살았습니다. 모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학창 시절, 저를 아껴주셨던 은사님들은 선배님이 되었습니다. 모교에서의 근무는 축복이었습니다. 선배님들은 저의 열정에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서투름에 실수할 때마다 보듬아주셨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저의 적성에 너무나도 잘 맞았습니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흘러갔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더욱 노련해졌고, 노련해진 만큼 시간적 여유도 많이 생겼습니다. 유튜브를 보고,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며 늦은 밤까지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어차피 내일도 쉬운 하루가 펼치질 텐데. 내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삶은 느슨해져 갔습니다. 몸은 편합니다. 어쩐지 마음은 불편해집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반복합니다.
대학 시절 꿈꾸던 사업에 대한 열망이 커져 갑니다. 편안함보다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습니다. 결국 저는 교사를 그만둡니다. '이왕 사업하는 거 서울 가서 하자'라는 생각으로 이사도 합니다. 더 이상 몸은 편하지 않습니다. 늦어도 새벽 5시 30분에는 집을 나섭니다. 몸은 불편합니다. 몸은 불편한데, 가슴은 벅차오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한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원북스의 택함을 받았습니다. 시원북스 분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원북스에서 잘 이끌어주셔서 한 권의 책을 완성했습니다. 책 제목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도 고민했고, 시원북스도 고민했습니다. 이런저런 안이 있었지만 결국 원제로 가기로 했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제목이 부담스러우신지 책 출판에 대해 그리 탐탁해하지 않으셨지만 책을 건네드리니 '대단하네'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책에는 좀 더 자세하게 제 이야기를 담아 보았습니다. 브런치북에서는 '사업하고 싶다'로 끝을 맺었는데 책에서는 교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담아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되살려 기록했습니다. 장인어른의 돈에 관한 철학이 저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 더욱 잘 실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코인에 대한 설명도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제 책은 재미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는 재미있잖아요? 너무 재미있어서 편집을 도와주셨던 박모 대리님께 번역을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100쇄 찍을 거 같다고도 했죠. 호언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기를 모아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하하하하하하.
오늘은 7월 28일입니다. 푹푹 찌는 이런 날씨에 저는 긴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재킷까지 입고 거리를 누빕니다.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장인어른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우 혹독한 훈련 과정 중입니다. 힘들려고 퇴직했는데 제대로 힘듭니다.
p.s. 책에 언급된 장인어른의 '말'은 정말 부드러운 버전이었습니다. 훨씬 더 독하고 거친 '말'을 들으며 훈련받고 있습니다. 그 거친 '말'들도 잘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2탄을 써낼 겁니다.
브런치북에 글을 써 내려갈 때, 격려해 주신 구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책은 온라인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한다고 하네요. 100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