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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련하게 회상될 보통의 날

by 작가 정용하



저녁 10시 무렵

우리집 18살 몽실이는

산책 나가고 싶어 현관과 내 방을

쉴 새 없이 오간다.



엄마는 거실에서 돌쇼파에 누워

TV를 켜둔 채로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겨 있고,

아빠는 안방에서 1인용 가죽 쇼파에 앉아

작은 TV를 보며 졸음을 삼킨다.



독립서점 폐업 후 처분하지 못한 책들이

내 방 책장 사이에 상자 채로 쌓여 있다.



나에게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날이지만,

이 날이 언젠가 아련하게 회상될

그런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날을 나의 보금자리가 바뀐 후에도

이 글로써 붙잡아 둘 수 있을까.

기억한다는 것만으로 이 날이 영원해질까.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이

못내 슬퍼졌다.



-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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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