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는 삶이란 뭘까.
'내가 내 돈으로 여행 간다는데 왜 뭐라고 해.'
얼핏 들으면 맞는 얘기다. '틀리다' 라고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책임감 있게 내린 결정인가, 반문하고 싶다.
책임감 있는 결정이란, 선택에 따른 명과 암을 모두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라 개인적으로 정의한다.
즉, 여행 가서 얻게 되는 행복감, 기쁨, 즐거움의 면만 보지 말고, 반대 급부도 고려하여 내린 결정인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빈번한 여행이 주는 반대 급부적인 면은 무엇일까.
첫째로 돈을 모으지 못할 것이다. 해외여행 가면 최소 2~300만원이 드는데, 그것을 연 2~3회 간다 하면 최소 500만원 이상은 소비하는 것이다. 원래부터 큰돈을 갖고 있고, 버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돈을 여행으로만 소비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을 고려하였는가, 가 첫 번째 고려사항이어야 한다.
둘째는 스트레스 해소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야. 그것도 못하고 살아?'
나는 그것을 얘기하기 전에 어떤 스트레스가 쌓였는지부터 스스로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으로부터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왜 여행이 필수적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에 대한 고뇌 없이 무조건 스트레스가 쌓이면 여행을 가야 한다, 는 일종의 버릇을 들이면 그 사람은 스트레스 해소 비용으로 너무 큰 지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하는 데 꼭 그것밖에는 없나? 일상 생활 속에서 그 수단을 찾을 수는 없는가?
그런 자신에 대한 공부 없이 '내가 내 돈으로 한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라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내가 보기엔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나이에 따라 짊어지는 책임감의 크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했고, 안 했고, 자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혼자서 살아간다 해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책임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회피할 방법은 없다. 그게 자연의 섭리인데, 주위를 둘러 보면 나이값을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즉,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결혼을 하면 나의 삶이 없어지잖아. 나는 나의 삶도 중요해.'
그게 맞다. 결혼을 함으로써 행동의 제약이 참 많아진다. 개인의 관점으로 보면 '나'로서의 삶은 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꼭 제약이기만 할까. 혼자 산다고 해서 무조건 자유롭고 행복하고 나의 삶을 즐길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전부 고려한 선택을 하는 것이 나는 책임감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결혼 후의 삶은 제약의 삶이 맞을 것이다. 내가 내 멋대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것은 당연히 있다. 그것도 매우 큰 가치이다.
안정감. 든든한 내 편. 평생 친구. 자연스러움.
두 가지의 가치 중 어떤 것이 나에게 더 맞는지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나에겐 결혼 후의 삶이 주는 가치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결혼이 주는 안정감도 가지면서 나의 삶도 즐기고 싶어.'
놀부 심보의 사람들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그런 삶은 있을 수 없다.
두 가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확실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도 없고, 마찰도 적고, 원하는 가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게 왜 안돼? 주변에 보니까 결혼하고 안정감도 찾고, 자기 삶도 즐기더라.'
주변과의 비교가 문제다. 그런 삶은 없는데,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다.
만약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히 그렇게 가능하도록 어떤 큰 가치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 선택에 따른 명과 암을 충분히 고려하여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 나머지의 것을 과감히 포기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공무원의 삶을 살고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면, 다른 직업으로서의 삶은 포기하는 것이다.
한 가지를 선택하는 건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2가지를 다 갖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그저 비현실적인 욕심쟁이일 뿐이다. 그것이 다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에 불과하다.
최근에 나는 블로그 마케팅 경력을 살려 취업을 했는데,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충분한 고민이 있었다. 내가 이 선택을 내렸다는 것은 프리랜서의 삶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런 용기와 책임감 없이는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몰입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로운 시대에 선택의 기회가 무한정 주어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떤 사소한 선택이라도 그 선택을 함으로써 잃는 것도 생기므로 결과적으로 선택의 기회는 매우 한정적이다. 그걸 안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 때 그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행동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다시 서두로 돌아간다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무조건 무책임한 행동이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급부까지 고려하여 그것들까지 책임질 마음이 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여행을 떠나도 된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을 충분히 즐기느라 가진 돈의 절반 이상을 써놓고서 막상 결혼하려고 했을 때 돈 없는 것에 대해 한탄하거나, 상대 배우자에게 가진 돈이 왜 이것밖에 없냐고 높은 잣대를 들이밀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선택에 따른 결과이고, 그것까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이것도 가지고, 저것도 가지려고 하는 욕심쟁이 마음을 가질수록 본인만 높은 스트레스에 휩싸일 뿐이다.
나는 이 삶을 책임감 있게 살아가고 싶다.
나는 결혼하고 싶고,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게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머지의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나의 삶?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 가치를 위해 '결혼'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내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책임감이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축이다.
그런 삶을 살았을 때 내 자신이 좀 더 단단해지고,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았다.
-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