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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쿠다스 Sep 27. 2024

나를 지키는 것, 건강한 엄마의 시작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길

#출산전_나
 저는 엄마의 무한 신뢰를 받으며 자라온 K-장녀입니다. 그 믿음을 져버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에 주어진 환경에서 성실히 지내온 편이에요. 하지만 한 켠에는 '하라는 것만 하지 않겠어 !!'라는 작은 반항심이 있었는지, 학업 외 이것 저것 경험해보며 제가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아올 수 있었어요.


 물론, 주체적으로 선택했던 것들의 결과가 모두 좋았던 것 아닙니다. 다만, 남들의 시선보다 '제' 나름의 기준으로 선택한 그 순간들이 제 인생에서 제일 재미있었고 행복했고, 더 나아가 제가 저를 믿을 수 있게 된 힘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K-장녀 컴플렉스가 살짝 남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엄마가_되고_나니

 입사 2년차였던 27살, 다소 이른 나이에 육아휴직을 한 저는 주변에 물어볼 친구도 없이 정말 홀로 육아를 버텨왔습니다.

 큰 아이가 4살이던 해.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신발까지 다 신고는 갑자기 쉬아를 그냥 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냥 제가 울어 버렸어요. 아니 울 수밖에 없었지요. 팀장님께는 죄송하다고 연락드려놓고, 울면서 아이를 씻기고 다시 나갈 준비를 했어요. 1분이면 나갈 현관문이 워킹맘에게는 말 그대로 '관문'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도 일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일을 놓는 것은 곧 저를 놓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아이를 낳기 전엔 내 삶이 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문 밖을 나가는 것조차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 지금이 너무 힘들었어요. 하루 중 10분도 제가 계획할 수 없는 그런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이들도_나도_주체적인_하루를_살길 
 그런 나날들이 지속될수록 '나'의 이야기를 되찾는 동시에, 우리 아이들도 각자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엄마이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순간마다 조금씩 조금씩 주체적으로 생각하려면, 자기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아이들과 마음,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친구들이랑 싸우진 않았는지, 뭘 배웠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것보다는 '오늘 하루 제일 크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언제 그런 마음을 느꼈는지,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해주고 있어요. 하다 못해 '오늘 신을 양말'도요. 


 내 마음을 알게 되니 다른 친구의 마음을 공감하게 되고, 내가 선택하다보니 그 선택의 결과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더라요.

 "아이들도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나를_지키는_건강한_엄마로_함께_성장해요
 아이들도 엄마의 살아가는 모습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육아를 미루고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육아도 '나'의 일부로서 애정을 갖고 하되, 아이와 독립된 존재로서의 '나'로서의 시간도 애정을 갖고 챙기면서 사는 것이 아이에게 주체적으로 사는 모습을 제일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퇴사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누군가 짜준 하루가 아니라 스스로 모든 순간을 결정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의 과정, 그리고 고민을 통해 '나'로서의 하루를 채워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11살 큰 애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해주었어요.


 "엄마, 나는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가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나는 엄마가 진짜 잘 됐으면 좋겠어. 엄마가 뭘 하든 내가 다 응원해줄게!"  


 쓰고 보니 무슨 드라마 대사 같은데, 정말 저렇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나를 챙겨주는 '엄마'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저를 인지해주고 응원해준 것이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당장 아이가 받는 영향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내가 먼저 나로 사는 것이 아이의 주체성을 심어줄 수 있겠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나를 지키는 것이 결국 건강한 엄마로서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내가 주인공일 수 있는 하루 하루를 만드셨음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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