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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쿠다스 Oct 14. 2024

너는 엄마처럼 살지 않았으면 해.

나다운 '나'로 클 수 있었던 이유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종종 들었던 말입니다. 엄마처럼 고생하지 말고 배우고 싶은 것 맘껏 배우면서 멋지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면서요.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저로 키우기 위해 엄마는 많은 희생을 하신 것 같기도 합니다. 엄마는 희생이라고 생각조차 못하실 만큼 저를 위한 모든 선택이 제일 잘한 선택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지요.


 지금 6~70대가 되신 그 시대의 어머니들이 대부분 그렇게 자녀를 키운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는 시대를 보내시면서 교육 잘 받고 좋은 대학교에만 가면 부나 직업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던 시기였으니까요. 저희 엄마는 4남매의 맏딸로 세 명의 남동생을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당신 아버지의 권유로 가고 싶었던 대학교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며 번 돈으로 어렵게 대학교에 들어가 회사와 학업을 병행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배우고 싶었던 게 많았던 엄마 덕분일까요? 저는 그런 엄마 밑에서 음악, 체육, 발레, 미술 할 것 없이 배우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엄마는 어릴 때 피아노 배우던 친구들이 부러웠어.
그래서인지 네가 피아노를 칠 때 너무 좋아.  


 그렇게 엄마가 된 저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못 누리던 것, 그리고 경험하지 못해 아쉬웠던 것을 대리 충족시켜 주는 방식으로 교육받아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많은 걸 경험하며 클 수 있었지요. 그런데 가장 큰 건, 그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엄마의 대리만족형(?)의 양육을 당했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며, 제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어떨 때 행복하고, 어떨 때 힘들어하는지를 알아가며 커왔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지, 나만의 삶을 써 내려가는 데에 얼마나 필요한 힘인지를 깨달았고, 38살이 된 지금도 꾸준히 내가 바라는 것, 내가 이루고 싶은 삶의 모습에 대해 계속 고민할 수 있게 된 것 같거든요.


"나는 우리 애들이 나처럼 컸으면 좋겠어."


 엄마가 제게 제공해 주신 교육의 가장 큰 결과물은 "저" 그 자체였습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게 알려주셨고, 내가 소중한 사람인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기 때문에 지금 그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이, 모든 엄마들이 '나'로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바라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꼭 다양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의 애들이 나중에 엄마가 되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우리 애들이 나처럼 컸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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