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꾸준히 읽는다는 건, 사실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한 페이지, 어떤 날은 그 한 페이지도 버거웠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책을 펼쳤다.
습관이라기보다, 그냥 내 하루의 한 부분처럼.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날부터
그 작은 반복 속에서 미세한 변화가 느껴졌다.
처음엔 말뿐인 변화였다.
같은 상황에서도 예전보다 마음이 덜 흔들리고,
누군가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지 않게 되고,
혼란스러운 날에도 생각이 금방 정리되곤 했다.
누가 보기에 특별할 건 없었지만
나는 그 변화가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다는 걸 알았다.
『걷는 사람, 하정우』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숨이 덜 차오르는 때가 온다.”
독서도 딱 그랬다.
어느 순간,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지고
‘읽고 싶다’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날이 왔다.
그건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계속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작은 선물 같았다.
변화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아주 사소한 일로 시작된다.
회의 중에 한 문장이 번뜩 떠오른다든가,
누군가의 고민에 예전 같으면 못 했을 말을
부드럽게 건넬 수 있게 된다든가.
그때 깨닫는다.
‘아, 내가 조금 달라졌구나.’
나는 가끔 그런 순간이 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삼천 권의 책 중 어느 책 덕분인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그 모든 책이 조금씩 나를 밀어준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날, 갑자기 도착했다.
마치 긴 계단을 올라오다
방금 전까지 힘들었던 숨이 어느 순간 고르게 바뀌는 것처럼.
지속의 힘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 읽은 몇 줄이 내일의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이 또 다른 행동을 낳고,
그 행동이 삶의 방향을 아주 조금 바꿔놓는다.
그 작은 기울기가 계속 이어지면
어느 날, 삶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해 간다.
그게 ‘계속하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순간이다.
나는 그래서 이제 ‘완벽하게’보다
‘계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독서를 통해 알게 된 건 단 하나였다.
작게라도 계속하면, 언젠가 반드시 닿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늘 조용하지만, 삶을 바꾸기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