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이와 등원을 한 지 어느덧 세 달이 다 되어간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얘기도 많이 하고 또 좋아하는 게 뭔지도 알게 됐다.
최근에는 윤동주의 동시 "산울림" 듣기를 퍽 좋아한다.
동규가 학교에서 배워서 한 번 들려줬을 뿐인데, 자기도 초등학생처럼 해본다고 따라한 게 애송시가 되었다.
오늘은 우연히 연장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가족끼리 종종 외식하던 피자집을 지나는데 일찍 오는 날 다 같이 먹자는 말이 발단이었다.
"나 연장반 안 할래."
"그럼 몇 시에 끝나는데?"
"다섯 시."
"연장반 하면?"
"열 시"
"잉? 열 시라고? 여섯 시잖아"
"아냐, 혼자서 다섯 번이나 넘게 남았단 말이야."
아.
지킬 지 못할 약속이 되지 않도록 입 밖으로 내뱉진 않고 혼자 다짐을 했다.
조금 더 시간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