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아프다.
둘째도 아프다.
아내도 아프다.
나는...
하나 같이 모두 정상적인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
한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무심히, 열심히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동안 더더욱 아픔이란 수면 아래로 아이들이 가라앉고 있었는데
미처 알지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듯하다.
지난 금요일 일찍 울산으로 출장을 가서 토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와 출근을 했다.
일을 하고 저녁에 회식을 하고 어정쩡하게 숙소를 잡고 자는 시간도, 돈도 아까워 영업에 최선을 다한답시고 밤새 자리를 같이 했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와 회사에 와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 그대로 쓰러졌다.
아이들이 놀아 달라는 성화에 아랑곳없이,
아이들이 같이 외출하자는 말에 아랑곳없이,
그렇게 토요일을 열심히 일한 나를 쉰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이 되자 아이들은 아팠고 동규는 급기야 아내와 같이 병원까지 다녀왔지만 그리 호전되진 않았다.
아이들은 쉬어야 한다는 말에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고 조심조심 다가갔지만
힘든 만큼 신경질이 많았고 화가 많았다.
내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화가 났고 힘도 들었고 짜증도 났다.
그리고 아내에게 들었다.
아이들이 소아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오늘만 아픈 게 아니었다고.
나는 다시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
출장을 다녀와서 어떻게 영업을 하고 어떻게 매출을 올리고 어떻게 회사를 키울까만 생각했는데 엉뚱한 게 튀어나왔다.
아니 엉뚱한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데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숨었다.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아내는 휴직 얘기를 넌지시 꺼냈다.
생활비와 고정비가 먼저 내 눈앞을 가로막았다.
아이들이 아픈데 그걸 먼저 계산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방에 숨었다.
눈물이 났지만 소리 낼 수 없었다.
난 비겁했으니까.
난 열심히 살았으니까 다 좋을 줄 알았는데 더 좋지 않은 연속이 계속되었다.
사무실에 나와서 출장보고서를 쓰고 직원들과 같이 내용을 공유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아이들과 아내가 마음에 걸렸다.
나 역시도 내 상태가 괜찮은지 의심이 들어 정신과상담을 예약했다.
아무래도 뭔가 순서가 뒤바뀐 것을 고치려면 나부터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았다.
좋지 않다.
좋지 않지만 이 이상 좋지 않도록 노력은 해야겠다.
아이들도 아프고 아내도 아프다.
그리고 나도 아팠던 것 같다, 아픈지도 모르고 사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