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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적긁적

작은 무대

양감면사무소의 가을음악회

by 꿈부자

무대에 섰다.

사회자로서.


작은 무대에 서서 적은 관객을 보며 작게나마 한숨을 쉬었다.

많은 사람 앞에 서지 않아서 다행스러워였을까.

흠칫 긴장된 모습을 애써 숨기며 마이크를 잡았다.


무대에 서서 그 전날부터 읊조린 대사를 되뇌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고 어수선하고 마음이 동요하자

사이좋게 나란히 줄 서 있던 대사들이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가을음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안내 인사가 나가자 비로소 시작된 가을음악회.

예정에 있던 소소한 유머는 정제된 대사에 공연 순위가 밀렸다.

내빈 인사가 분위기를 잡고 따스한 가을햇살에 무게감을 더하며 공연은 시작되었다.


가볍게 사회를 볼 수 있었지만 점점 가볍지 않은 각각의 공연자들.

작은 무대였던 내 앞의 빨간 카펫이 점점 커져 보인다.

아니 커져있다.

그네들의 무대는 결코 작지 않은 공연이었다.


가야금 연주, 시 낭송, 하모니카 연주, 아이들의 동요 그리고 소프라노의 노래까지

나는 경험했던 것을 처음 마주한 것처럼 깨달았다.


작은 무대는 없고 자만심이 무대를 작게 만든다는 것을.

나야말로 한참 작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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