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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Sep 18. 2018

단어 하나에 이렇게 화가

무신경해서, 몰라서, 라는 말이 더 이상은 핑계가 되지 않기를.

얼마 전, 여러 명이 다 같이 있는 친구가 사진 몇 장을 올렸다.


비글 사진이었다.

그러고 나서 덧붙인 말은 이거였다. 

분양 생각 있어?


분양이라니.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 걸까, 혹은 무슨 의미인지 알고는 하는 말인가, 어리둥절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오는 분양의 뜻.


보통 강아지를 "분양"한다고 하면, 이런 상황에서 사용된다. 우리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분양받을 분 찾아요. 라던지, 혹은 펫샵에서 "분양"받았다는 말들. 사전적인 의미로만 단어가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단어에는, 그리고 언어에는 그 맥락이 포함되어있다. 강아지를, 혹은 고양이를 분양하는 사람들은 생명 그 자체보다는 재화로 이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이겠지. 


그 사이에 다른 친구가 아니 왠 비글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에는 화가 불쑥 치솟아 정수리가 찌릿찌릿했다. 

친구가 키우는데 한 마리 분양하고 싶다고 해서. 세 살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그중 한 장에는 분명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다. 그중 한 마리를 분양한다고? 세 살 까지 키웠는데? 파양 하는 거야? 왜? 친구가 자기가 키우던 강아지 파양 한다는데 그걸 아무 생각 없이 전달하는 거야? 그것도 나를 콕 집어서? 대체 무슨 생각이야? 생각은 한 거니?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물어봤지만 바로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도무지 이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고 뭐라도 바로 잡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화를 낼까 타이를까 설명을 할까.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 고민이 됐다.


그러던 와중에 다른 친구가 한 마디를 거들었다. 

비글이니까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그 카톡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일단 방에서 나왔다. 머리가 핑 돌았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잠깐 본 카톡인데도, 한숨이 푹푹 나왔다. 뭐가 잘못된 걸까.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내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적어도 한 부분에서는) 몰상식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실망감, 혹은 내가 생각한 상식이 상식이 아닐 수도 있는데서 오는 공포감 때문일 테다. 


화가 나면서도 스스로 반성이 됐다. 평소에 강아지 좋아하는 티를 많이 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서도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의 범주를 주변 사람도 알겠거니, 지레짐작만 할 뿐 알려줄 노력조차 없었던 것 같아서. 내가 너무 자각이 없었던 것 같아서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A.K.A(As known as) 강아지 분양은 대부분 펫샵에서 분양하거나 가정 분양을 통해 이루어진다. 펫샵에 있는 강아지들은 전문 브리더라고 절대 부를 수 없는, 번식"업자"들에게서 온다. 이 업자들은 일명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농장을 운영한다. 그곳에서 번식업자들은 임신을 할 수 있는 상태의, "모견"을 끊임없이 강제 임신시키고, 심지어는 새끼를 빨리 빼내기 위해 불법 마약류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다 더 이상 새끼를 낳지 못하는 상태가 된 강아지는 개소주집, 혹은 개고기 집으로 팔려가거나 매장당한다.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런 업자들이 아직 성행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그 커버리지가 아직 매우 좁은 데다가, 불법 행위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잡히지만 않으면 수익성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 바로 사람들이 그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을 사주기 때문이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사주지 않는 것.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라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바로 이 때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강아지는 얼마예요?라고 묻거나, 어디서 사 왔어요?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무례하고도 무지한 언사다. 남의 새끼가 얼마짜리냐고 묻는 거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만 생각해도 무례하며, 이런 산업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 물론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외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런 말에 불쾌한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데도 모르는 하는 것은 그저 귀를 막는 것뿐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생태계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유기"다. 이제 반려견 천만 시대라고 불릴 만큼, 우리나라에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매우 많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버려지는 아이들도 매년 몇 만 건이다. 생각해보시라, 그 많은 강아지, 고양이들을 사진으로, 그리고 동영상으로 소비하고 있다. 친구들만 생각해도 두세 집 걸러 한 집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키워봤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강아지,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런데 그중 아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다른 집으로 보내버리거나, 휴가길 고속도로에 버리는 집이 있었다면, 끔찍하지 않겠는가? 우리 아이는 더 좋은 집,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집으로 갔다면, 그래서 아주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아이가 원래 정을 주던 그 사람을 잊는데 걸리는 고통과 노력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들은 그냥 우리가 시간 될 때 귀여워만 해 주면 알아서 애교 떨거나 장단을 맞춰주는 로봇이 아니다. 감정이 있는 생명체다. 우리보다 수명도 훨씬 짧으면서, 우리에게 주는 사랑은 훨씬 크다. 그런 아이들을 한 순간의 충동으로 데려왔다가 싫증이 나서, 내 상황이 안 좋아서, 이제는 너무 커서 라는 이유로 버린다는 건 정말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일이다. 그렇게 유기된 아이들은 보호소로 들어가더라도 얼른 다른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금세 안락사를 시키게 된다. 버린다는 것 = 곧 그 아이들을 죽인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다. 사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자기의 변할지도 모르는 마음에 이 아이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다들 불편하니까, 난 몰랐다고 해버리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거지만, 이제는 몰랐다고 하기엔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이 너무나도 많다. 제발 귀를, 눈을 조금만 더 열어주시라.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십여 년 이상을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데려와주시라. 그리고 그 약속 꼭 지켜주시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더 많아져서, 모든 사람에게 닿기를 바란다.


참고. 비글은 악마견이 아니다. 우리가 귀여워하는 스누피가 비글을 본떠 만든 것을 알고 있는가? 그 모습만 상상해보더라도 악마의 모습은 쉽사리 떠올리기 어렵다.

비글은 실험동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유류 중 하나다. 비글이 실험동물로 사용되는 이유는 사람을 잘 따르고, 낙천적인 성격이라 안 좋은 것을 금방 잊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중형견이다. 소형견보다 방출해야 하는 에너지 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항상 집 안에 두고, 산책을 시켜주지 않아 생겨나는 이상행동들을 보고 사람들은 비글을 악마견이라고 부른다. 그건 약한 학대의 결과일 뿐이다. 


성숙한 사회라면, 이제 더 이상 인간이 만들어낸 문제를 동물, 혹은 다른 무언가의 탓으로 돌리는 건 이제 그만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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