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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영 소장 Oct 24. 2016

리더마다 목적지로 가는 길이 다른 이유

각자의 재능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리더는 승률이 높습니다.   

리더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이보다 지적인 토론 주제가 있을까 싶습니다.
본인의 삶뿐 아니라 직원들의 삶과 크게는 모두의 생존까지 이어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거나 단순할 수는 없겠지요.

 GE의 최연소 최고경영자로 회사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잭월치는
[승자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리더의 자질, 리더십의 필수요건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긍정의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능력, 단호함이 리더십의 필수요건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리더십의 요소는 좋을 때나 기쁠 때나 건강한 활력과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긍정의 힘, 타인으로 하여금 긍정의 힘을 분출시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불어넣는 능력,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확실하게 맺고 끊는 단호함이 그것이라고 그는 설명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리더십의 기본 요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능이 아니라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길이 아니라 목적지를 묘사하고 있죠. 목적지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목적지로 갈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리더든 재능이 없는 리더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찰하며 꾸준히 올바른 리더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재능을 활용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리더 앞에 놓여 있습니다. "리더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만들어지는 것일까요?"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셨나요? 맞습니다. 리더십은 타고나기도 만들어지기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잭웰치가 언급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능력]을 리더의 목적지로 정하고 예를 들어볼까요? A라는 리더는 뭔가를 모으고 정리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하직원 개개인을 개별화하여 모두에게 맞는 리더십을 행사하는 사람이죠. B라는 리더는 직원들의 심정을 공감하고 헤아리는 탁월한 재능과 상당한 추진력과 스테미너를 가지고 있습니다. C라는 리더는 직원의 강점을 기반으로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이며 방향이 정해지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진로를 벗어나지 않고 주력하는 사람입니다. 이 A, B, C의 리더 중에서 조직과 직원들의 에너지를 불어넣지 못할 리더가 어디 있을까요?


 리더에게는 각자의 지문과 같은 재능과 재능의 발현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영업부서의 리더는 이래야 한다.’, ‘전략부서의 리더는 이래야 한다.’ 머릿속에 이미 그려진 가설에 결과를 끼워 맞추듯 리더를 임명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요?


 그래서 회사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진단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할 일이 있을 때에도 전문가는 반드시 경영자에게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강한 조언을 해야 합니다.  리더십 진단은 리더 간의 순위를 매기고 꼬리표를 달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선입견에 사로잡힌 그들은 진단의 결과만을 보고 “이래서 전략이라고 짜오는 것들이 족족 마음에 안 들었던 거군.”, “그래서 영업부서 매출이 그 모양이었군.” 머릿속에 있는 리더의 상과 직책자를 비교해 무한 트레이드를 감행하기도 하고, 합격점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비교와 지적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리더들에게 가지고 있는 아쉬움을 리더십 진단으로 확정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죠. 진단 결과가 나오자마자 본격적인 조직개편의 안을 그려야 하겠다고 서두르는 경영자도 있습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을 그 자리에 보내는 게 좋겠다는 논리지만 평소에 못마땅했던 리더를 갈아치우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다는 걸 직원들도 알고 있죠.    

  

 전략과 분석 쪽에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략이나 기획 쪽  부서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의사소통을 잘하고 승부욕이 강한 리더라면 영업 쪽이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재능은 기능이 아니라 수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영업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도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매력적인 말과 대인관계에 대한 호감으로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품과 시장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공신력 있는 숫자를 제공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어 영업의 기반을 확장해 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유능한 리더라고 해도 부하 직원을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포용과 공감으로 이끌어가는 리더가 있지요. 특히나 리더십은 다양한 길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목적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방법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재능에 대한 오해는 리더들에게만 해당될까요? 아닙니다. 일을 한참 배울 시기에 있는 주니어들도 본인의 재능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재능에 맞는 일을 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재능을 살려 원래 하고 싶던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얘기, 결혼과 육아라는 화두가 인생에 끼어들게 되면 그나마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많지요. 분명히 나와 맞지 않는 일이지만 생활인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나를 찾는 일을 포기하는 경우라고 한탄을 합니다.     


 본인의 재능과 어울리는 직업, 본인의 재능과 어울리는 자리는 따로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과학자가 꿈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년기 시절에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조용히 한 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했고, 그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은 한 결같이 내성적인 모습 속에서 논리적인 사고와 집중력이 눈에 띄는 아이라고 칭찬을 했었죠. 이 친구의 꿈은 커서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라서 종교인이 되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생경한 길 위에서 인생을 살아가게 된 것이죠. 번민과 갈등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러나 그는 고등학교 시절 출가해서 노년이 가까운 나이까지 종교인으로 살면서도 과학은 그의 삶 속에서 늘 응용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원래 과학에 관심이 있었던 까닭에 종교에서도 허황된 요소는 믿지 않고 멀리했습니다. 대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불법의 이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를 두고 고민했지요. 그러다 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때에도 앞뒤가 맞고 논리가 정연하도록 강의하려고 노력, 결국 어떤 일을 하던 거기에는 개인의 재능이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법륜스님의 고백이었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고 많은 자기계발서가 등을 떠밉니다. 그 말의 참뜻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당장 그만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본인의 적성과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리더의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리더답고 누가 리더답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보다 나에게 맞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나다움에 대한 직면과 이해,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십시오. 넘어지면 넘어지는 것이 나고 성질 내면 성질내는 것이 나입니다. 그런데 나는 쉽게 넘어지거나 성질내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질내는 자기를 보는 것이 괴롭습니다. 내가 상상으로 그려 놓은 자아상, 리더의 상을 움켜쥐고 고집하니까 현실의 내가 못마땅한 것입니다. 나와는 맞지 않는 큰 원을 그려 두고 그 안에서 자신을 비교하여 괴롭히거나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남의 리더십 모델을 가져와 나와 비교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나다움'을 이해할 때, '나다움'을 구성하는 나의 재능이 내가 서 있는 리더의 자리로 스며들 때 당신의 리더십은 제자리를 잡고 승률을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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