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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Jul 02. 2021

동물농장 2021(2/10)

<제2화> 옵핸드영감과 그의 시종들(2)

그때 수퇘지 옵핸드의 마차를 끌고 잔수발을 드는 멍청하면서도 어린 흰 암말 네무브가 우아한 걸음으로 맵시를 내며 걸어 들어왔다. 배움 없이 옵핸드에 붙어살며 젊음을 소모하던 네무브는, 덕분에 긁어모은 이딸리안 명품 안장과 말발굽을 뽐내며 농장을 거닐었는데 그 모습이 촌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다만, 부동산에 대한 촉이 유별나서 옵핸드에게 상당한 부동산 수익률을 안겨주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주변 농장 졸부들의 부러움을 샀다. 


"끝났나요?" 


네무브가 사마귀 죰센긴에게 물었다. 


"아이고, 네무브님. 시간 아주 잘 맞추셨습니다. 지금 옵핸드 님께서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막 시작하시려는 참이었거든요. 여기 이리로 오시죠." 

  

죰센긴이 머리를 조아리며 그녀를 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졸고 있던 암탉들을 쫓아내고, 시끄러운 와중에도 17시간째 평화로운 낮잠을 청하고 있던 나무늘보 태평광의 옆구리를 가늘고 긴 앞다리로 사정없이 찔러서 자리를 옮기게 했다.

 

태평광은 18시간을 자고, 6시간은 헛간의 프로그래머로 일했는데, 당근 3개로 하루를 버틸 만큼 에너지 소모가 없었다. 죰생긴의 날카로운 발길질에 요 근래 가장 많이 움직이게 된 태평광은 무척이나 화가 난 얼굴이었지만 "이 어린 노무 새끼가"라는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문 앞을 지키며 그 시각 빠진 동물이 없나 족제비 눈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있던 조태기너구리 문스톤 영감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 영감 또 지각이구만. 도대체 늙어서 그런지 이렇게 느려 터져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겠냔 말이야. 우리 소울 훈련소에서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우린 똑똑하고 부지런한 선택받은 종들이란 말이야." 


너구리 문스톤 영감은 이 구역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는데, 영업 수완이 좋아 나름 옆집 작은 농장의 소일거리를 혼자 도맡아 하며 옵핸드의 눈에 들었다. 이후, 옵핸드는 문스톤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고, 문스톤은 이에 감동하여 스스로 헛간 D동으로 이주해 왔다. 이후, 그는 혼자서 각종 허드렛일과 영업일 을 맡아하며 돈 들어올 구멍을 만들어 내는데 열중했다.  


그러나 막상 그가 이주를 해 오자, 옵핸드와 조태기의 태도가 달라졌다. 유머러스하고 정이 많은 문스톤 영감이 다른 동물들에게 신임을 얻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자, 배알이 꼴린 이들은 문스톤 영감은 나이는 많은데 가방끈이 짧아 글을 읽지 못한다며 수시로 다른 동물들 앞에서 면박을 주었다. 


자식이 셋이 딸린 문스톤 영감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민망함을 감추며 내 자식들은 나와는 다르게 학교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대답했다.  


옵핸드 영감의 연설을 듣지도 않고, 죠태기가 갓 태어나 이제 눈만 뜬 인떤 동물들과 학벌 자랑 타임을 가지며 지방 방송을 시작했다. 


"옵핸드 영감이 아무리 떠들어도, 자기가 만들 수 있는 건 없단 말이야. 이 플랫폼이란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헛간에서 오직 나뿐이란 말이다. 알겠나. 인떤들?, 저렇게 떠들기만 해서야, 쯔쯔.... 오너 리스크란 저런 거란 말이야. 인떤들. 저것 봐. 또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큰 헛간 한쪽 끝 높직하게 해 놓은 일종의 연단 위에서, 흥분한 옵핸드 영감이 더욱 가열차게 꿀꿀거리고 있었다.  


"친애하는 동무들, 저는 원래 진보적인 동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제 헛간을 시작하고 나서는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죠. 우리 아버지가 고위직 공무원이고, 내 형제가 부자면 뭐합니까. 나는 내가 노력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나는 그들에게 받은 것이 없어요. 나는 여러분과 같은 소위 말하는 흙수저란 말입니다. 내가 머리는 좋아요. 그건 인정해 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논게 아니에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캐스트에 갔다고요. 


그런데 이 망할 꼬레아 정부가 나서서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해서 번 돈을 세금이란 이름으로 가로채려 한다는 겁니다. 왜 내 피 같은 돈으로 일도 열심히 하지 않는 저 똥멍충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냔 말이에요. 이번 정부는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건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이에요. 이렇게 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유노왈암셍?" 


학창 시절 알바라는 것은 해본 적도 없이 에어컨이 나오는 깨끗한 돼지우리에서 시간마다 배달되는 간식을 먹으며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었던 자발적 흙돼지의 개소리 대잔치. 그 지방에서는 다 아는 유지의 아들 옵핸드 영감의 침 튀기는 열정적 연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소음에도 아랑곳없이 농장 근처 편의점에서 산 3M 귀마개를 이용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던 기린 말릴린이 머릿속으로 새로 준비하고 있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을 때, 너구리 문스톤 영감이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섰다. 



to be continued....


Photo by Amber Kipp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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