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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토크뷰_마케터] 사유하는 마케터

카이아 리테일 마케팅 및 개발자 마케팅 팀 신희명 리드(Lead)

by 친절한 마녀

스물아홉 번째. 의미를 찾아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조미료에 비유할 수 있다. 조미료가 없어도 요리를 할 수는 있지만,
조미료가 들어가면 아무리 밋밋한 요리도 맛있게 만드는 감칠맛이 더해진다.
가장 맛있는 순간은 번개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오는 법이다.

- 책, <인생의 의미> 중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떨림과 설렘이 뒤섞여 심박수가 더욱 오르죠. <더 토크뷰>의 주인공을 만날 때면 그와 같습니다. 어떤 사람일까, 어떤 마케터일까, 만남을 갖기 전까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편다는 고백을 여러 번 한 것 같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주고받는 이메일 속 메시지, 문자 등을 통해 인터뷰 주인공을 미리 상상해 보는 것이죠.


그리고 막상 만났을 때 생각보다 더 근사한 마케터를 만나면 뇌리에 쏙 박힙니다. 예상치 못한 말과 사부작거리는 행동이 번개처럼 번쩍하며 머릿속을 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남은 감칠맛이 더해져 맛있는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하!'하고 교훈을 얻게 되는 순간이니까요. 이번에도 그런 맛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만남이었습니다. '여기, 이 순간을 살라'는 삶의 의미를 전해준 카이아 신희명 리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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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워킹맘이에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둘 다 잘하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MBTI로 보면 INFJ인데 원래 ESFJ였다가 바뀌었지요.(웃음)



어떤 변화가 있는 건가요?

- ESFJ는 외향적이고 현실 감각이 뛰어나고,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과 계획적인 부분이 있어요. 제가 감정적인 부분과 계획적으로 하는 건 안 바뀌었는데 내향적인 성향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또 코로나 시기와 출산 시기가 겹치면서 약간 현실적이거나 이상을 추구하거나 하더라고요.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려고 감사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균형을 맞추려는 부분은?

- 저는 여러 분야를 좀 얕게라도 다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이나 열망이 되게 강했어요. 업무적으로 보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인 거죠. 그간 도메인이 다 달랐고 하던 일도 다르고 하다 보니, 도중에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더라고요. 혼란스러웠지요. 지금은 제가 원래 뭔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배우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란 걸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어요.


특히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 그때그때 제가 탐닉하는 분야의 그루(guru)를 보면 희열을 느끼는 편이에요. 지난해에는 요가 선생님을 보면서 그랬어요. 단순히 요가 동작을 떠나서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고 이너피스(inner peace)를 챙기는 모습에 감명을 받고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 회사 동료 중에 3개 국어에 능숙한 분이 계신데, 더 많은 언어 공부를 하는 데에 재미를 느끼는 분이라 감명받았어요. 저는 영어라도 잘해보자 싶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요. 하하하.



주변의 훌륭한 사람들로부터 받는 자극과 희열이라, 짜릿할 것 같습니다.


그런 희열감과 달리,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일하는 것에서 종종 괴리감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 그렇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 개인적으로 어떤 최종 결심을 하기 전까지는 각고의 노력을 해요. 업무적이라면 비즈니스적인 흐름을 이해하려고 하고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살펴보고, 산업 자체가 뭔가 궤도에 오르게 되면 지금 상황에서 다른 상황이나 다른 영역으로 좀 더 확대되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회사의 비즈니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식의 저만의 일반화, 자기 합리화를 하는 편이고요. 그럼 여기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고 노력을 합니다. 지금은 할 일이 있다고 인식하면서 회사의 미션(mission)에 조화를 이루려는 마음 가짐을 가지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으로 중시하는 것이 있을까요?

- 사회적인 기여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중시하는 편이에요. 제가 하는 일이 사회에 많은 도움이 되는 일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가 나온 김에, 업무를 대하거나 처리하는 마음가짐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앞서 말씀드린 부분은 회사와 '업(業)'에 대한 제 마음가짐을 말씀드렸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회사 업무를 대할 때는 약간 다른 모습으로 전환돼요. 예를 들어, 과제가 내려오면 일단 좋은 측면을 생각하고, (저도 안 해봤으니까) 안될 것 같은 증거가 없으면 수용해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내보려고 합니다. 잘 되면 좋은 거고, 잘 안 되면 교훈을 통해서 그다음 일에 개선을 꾀하려고 하죠. 상황에 따라 다를 테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도 중요하지만 일단 회사에서 내린 결정을 존중해서 일하려고 해요.



업무처리 방식은 어떤가요?

- 이것도 업무 성격별로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큰 그림에서 구조를 잡아 나가는 편이고요. 문서화를 해요. 모두가 구두로 동의를 했어도 어떤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기대효과 등을 문서로 다 정리해 두죠. 또 생각이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문서를 통해 다시 확인을 하고 합의를 먼저 거친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단계별로 설계를 하고 자원을 분배해 나갑니다.



문서화하는 이유를 언급해 주셨는데, 저도 문서화를 강조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 많이 동감합니다. 대내외적으로 설득할 일이 많으니까 문서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문서화를 어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혹시 일을 할 때 문서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나요?

- 먼저 문서화가 어려운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면, 뭔가 형식 같은 걸 맞춰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해요. 사실 저도 예전 회사에서 PPT로 회의를 했었는데, 회사가 형식에 민감했어요. 장표 수 제약에 글자 크기, 디자인 등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현재 회사에서는 사내에서 별도의 툴(tool)을 쓰는데, 장표 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나의 관점에서 내용을 관철시킬 수 있고, 형식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아서 부담감이 없어요. 그래서 일단 부담감이 없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문서화를 하면 일의 내용이 잘 정리되고 내 생각을 잘 정제해서 전달할 수 있게 돼요. 구두로 이야기한 것들은 그냥 흘러가 버리고 기억이 안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하고, 참여자들이 댓글로 남겨 놓은 것들을 아카이브(archive. 저장 및 열람)해두면 커뮤니케이션 관리에도 효율적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저는 문서화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특히 중간에 투입된 새로운 인원이 있더라도 이 문서만 보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히스토리(history)를 다 이해할 수 있게끔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직에서도 문서화가 보편화되어 있는지?

- 협업할 일이 많으니까 문서 관리가 더 많아지고 중요해지고 있어요. 요즘은 유연한 협업 도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저희도 쓰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기존에는 제 일을 하고, 보고라인에서만 잘 조율하며 맞추면 되었는데, 팀을 이끌게 되면서부터는 구조화/체계화가 안 잡혀 있으면 저와 구성원이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니까, 좀 더 강조해서 문서화를 하고 있어요.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요. 회의나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에서 진행이 원활하지 않게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아젠다(agenda)를 상기시키고 다시금 확인을 하고요, 제가 정리한 내용을 시각화해서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어요. 커뮤니케이션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방법이죠.



좋은 방법이네요. 시각화를 하면 아무래도 간결하고 한눈에 파악하기도 쉬울 테니까요.


마케터가 업무에 활용하면 좋은 툴을 추천해 준다면?

- 요즘은 업무에 편한 도구가 많아요. 뭔가 마케터를 위한 도구라기보다 업무의 편리성을 높이는 도구들인데, 그중에서도 노션의 경우는 업무 보드(board), 업무 관리,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에 유용해 유료버전으로 쓰고 있어요. 협업도 쉬운 편이죠. 그리고 떠오르는 영감을 기록하기 위해 메모장도 많이 쓰고 있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



어떤 영감들을 기록하는지?

- 책을 읽고 좋은 구절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본 영감을 주는 계정 등 공유받은 내용들 중에 좋은 것 등을 기록해요.



최근에 읽은 책 중 기록한 구절이 있다면?

- <일의 감각>이란 책을 읽었는데, "오래 지속하는 좋은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라는 구절이 있었어요.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 결이 맞닿아 있다는 구절이 왠지 위로가 되더군요. 좋은 브랜드를 잘 마케팅하기 위해(내 업을 잘하기 위해), 한 편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이런 기록들을 어디에 활용하고 있나요?

- 어디에 활용한다기보다 아카이브 해놓고 잊지 않게 주기적으로 보고 있어요. 나중에 언젠가 쓰이지 않을까요? 하하하. 우선은 차곡차곡 모으려고 하는 편이죠.(웃음)



기록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 개인적으로 일기를 매일 쓰고 있어요. 대학 4학년 때 인도 여행을 한 달 동안 다녀왔는데 그때 매일 일기를 썼었어요. 그걸 10년이 지나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 후로 아침에 일어나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몇 년 되었어요. 기록하지 않으면 남지 않는 그때그때의 감정들인데, 그 생생한 뭔가 날것의 감정들을 들춰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다시 기록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지요.


날 것의 감정들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면서 자연스레 블로그,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기록하는 습관이 들었어요. 유학 시절에는 영어 블로그를 개설해 제 마케터 포트폴리오라든지 업에 대한 제 생각들을 영어로 작성해 올리며 운영했었더랬죠.



기존 경력이 궁금해지는데요.

- 첫 직장은 LG전자였어요. CSR 분야에서 환경과 지속가능성 관련해 보고서 등을 썼었고, 이후 여러 팀을 거쳐서 TV 마케팅 쪽에서 일했어요. 제가 다짜고짜 TV마케팅 팀장님께 자리가 있는지 이메일을 보냈었죠. 일련의 절차를 거쳐 부서 이동을 했고, 거기서 일을 하다 디지털 마케팅이 고파서 미국으로 1년 넘게 유학을 다녀왔어요. 그때 당시 제가 결혼한 지 3개월 정도 됐을 때였는데 남편을 두고 혼자 가서 존스홉킨슨 대학 마케팅 학과(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하하하. 그 경험으로 IT업계에 입문했고 라인을 거쳐 현재 카이아에 있습니다.



직접 이메일까지 보낸 도전정신과 일련의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조직 문화가 조화를 이루었네요.

-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원래 광고 마케팅, 브랜딩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내 조직 변경이 있으면서 발령받은 부서 업무가 저와 너무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적합한 때를 기다렸다 이메일을 보내게 되었죠. 사실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당시 해당팀 팀장님께서 미팅 제안을 하셨고 이후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마케팅 팀에 들어갔는데 다시 디지털 마케팅이 고팠던 거군요?

- 제가 그 당시에도 트렌드에 관심이 많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변하고 마케팅이 변화하는지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무리 봐도 뭔가 디지털 마케팅이 뜰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뭔가 경력 전환을 하려면 해당 업무에서 경력을 쌓아야 할 것 같았고, 또 원래부터 유학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유학 준비를 해서 떠났었죠.



마음먹은 것은 바로 실행하는 편인가요?

- 그런 편인 것 같아요.(웃음) 후회하고 싶지가 않았거든요. 후회할 바에는 그냥 하고 확~ '후회하자'주의여서. 물론 그 당시에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고, 기회비용도 있긴 했지만 그때는 어렸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하라면 가족이 있으니까 고려 사항들도 많고 몸이 무거워졌다고나 할까요, 아마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마케팅 공부할 때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면?

- 한국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해 주었던 수업들이 있었어요. 소비자 인지행동학과 디자인씽킹 관련 내용들. 소비자 행동학 중에서 제일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이런 거예요. 100만 원짜리 기타 사러 상점에 갔는데 옆에 상점은 그걸 90만 원에 판다고 한다면, 상점을 옮길 건지? 2000원짜리 펜 사러 갔는데 옆에서 900원짜리 팔면 옮길 건지? 에 대한 두 질문이 있는데요. 보통 펜을 사는 경우에는 수고스럽더라도 옆 상점으로 간다는 답을 하고, 100만 원짜리 기타였을 때는 굳이 옮기지 않는다는 거예요.


절대 금액으로는 100만 원짜리 기타가 훨씬 크지만, 상대적으로 다가오는 체감상의 금액이 크지 않게 느껴진다는 거죠. 또 음료수 회사들이 얇고 기다란 컵에 음료수를 담아 팔지, 길고 뚱뚱한 컵에 팔지 이런 것도 모두 개인 선호도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들이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그 이후로 마케팅할 때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생각을 실현했나요?

-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 그런 UX 경험 설계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IT업계라고 생각했어요. 라인에 입사해서 제가 원했던 업무, 동료들을 만나 많이 배웠지요.


사용자 경험이 왜 중요하다고 보나요?

- 특정 과업을 달성하게 하는 여러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들이 이상하게 설계되어 있으면 그만큼 이탈률이 높아지니까 원하는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따라서 원하는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게 사용자 경험을 잘 설계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는 결국에는 이것이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보거든요. 고객이 어떤 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하기가 어렵다고 하면 결국 브랜드에 대해 '좋을 리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브랜드의 총체적인 경험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데도 사용자 경험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사용자 경험을 잘 설계한 업무 사례와 아쉬움이 있었던 사례가 있다면?

- 긍정 사례는 예전 회사에서 맡은 과업 중 하나가 소셜 미디어나 메신저 안에서 제품 사용자들이 최대한 많은 텍스트를 생산하고 좋아요와 공유를 많이 하도록 하는 거였어요. 해서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사용자들이 심리테스트를 하면 그 결과를 보여주고, 그것들을 소셜에 게시하여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였죠. 그때 게시물 내에 삽입한 심리테스트 링크를 클릭하면 첫 랜딩페이지를 어디로 할 건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어요.

보통은 누군가 올린 테스트 결과 게시물에 삽입된 링크를 누르면 (심리테스트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게 일반적인 경험인데요. 당시 저희 팀에서는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결과를 먼저 보여주는 랜딩페이지로 이동시켰어요. 다른 사람의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그 아래에 '나도 해보기' 버튼을 두었지요. 그렇게 한 이유는 해석이 나오는 결과를 먼저 보여주면, 흥미를 자극해 심리테스트를 더 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겠다고 판단을 했던 거예요. 그래서 자율적으로 '해보기' 버튼을 클릭할 수 있게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결과를 얻었던 사례로 평가받았어요.


아쉬웠던 사례는 개발자 관련 행사에서 미션을 달성하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였어요. 개발자들이니까 그에 맞춰 뭔가 빌딩을 하거나 코딩을 하는 미션을 준비했지요. 그런데 참석자들은 행사 자체를 축제처럼 즐기러 오시는 건데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 코딩 같은 미션을 수행한다는 게 맞지가 않았던 거예요. 장애물이 높아 참여율이 많지 않았어요. 이후로는 그런 요소는 좀 빼고 바로바로 해서 완성할 수 있는 미션으로 바꾸고, 재미를 더하는 방식으로 조금 더 촘촘하게 설계를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마케팅의 감각



현재 두 팀의 리드(lead) 역할을 맡고 계신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 리테일 마케팅(어떤 행사, 시장에서의 노력 등에 대해 유저들과 소통)과 개발자 마케팅(코드 문서, 튜토리얼 등) 팀의 리드인데요. 목적은 같지만 콘텐츠와 제공 방식 등 실행면에서는 다른 측면이 있어 유의를 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는 한국과 글로벌 내 인지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대학 때부터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떤 매력이 있었던 걸까요?

- 마케터의 노력으로 소비자가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 <넛지>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 내용처럼 마케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용자도 좋고 결과적으로 마케터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마케터가 되니까 뭐가 제일 좋았나요?

- 일상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의 폭이 넓어지는 것. 사소한 것이라도 세세히 보고 포착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일상에 관심을 더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을 꼼꼼하게 보게 되니 더 잘 챙기게 되더라고요. 잘 모르는 분야에 관심도 갖게 만들고. 마케터에게 주어지는 경험이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마케터에게 필요한 능력과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나 제품을 사랑해야 해요.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잖아요. 제품이 안 좋은데 마케팅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설사 있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제품이 좋아야 한다고 보고요. 그리고 마케터는 미운 구석이 있더라도 좋은 점을 잘 찾아내고 보완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제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죠.


그런 자질은 회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뭔가 더 살펴보려는 자세가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필요한 것은?

- 도구가 중요하긴 하지만, 우선 마케터가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그 본질에는 마케터가 설정한 KPI를 달성하는 데 단계 단계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를 디지털 마케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단 입장이에요. 예를 들어, 소셜 캠페인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여러 개-노출 빈도, 참여율 등-이 있는데 사실 이 캠페인의 반응이 지표상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응이 잘 나와서 마케터가 무엇을 달성했느냐가 사실은 궁극적인 목표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측정할 수 있는 지표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지표를 통해서 마케터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한 것이 달성이 되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란 말로 들립니다.

- 네, 맞습니다. 그리고 마케터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의 과제를 명확히 하고, 어떤 것을 어떤 시점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마케팅의 측정 지표 설정이 어려웠는데, 디지털 마케팅을 하게 되면서 측정이 용이해져 지표가 너무 많아지기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요. 예전에는 측정 지표가 거의 없어 마케팅 활동이 얼마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됐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득할 근거가 없었죠. 그런데 디지털 마케팅 쪽으로 오니까 의미 있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분석하는 것이 쉬워졌어요. 많은 지표들 중에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지표를 잘 보여줄 수가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성과가 잘 나왔다고 했는데, 실은 광고를 돌린 거고 사용자들도 알고 보니까 허수라고 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측정지표들이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마케팅을 경험해 본 결과, 어떤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고 브랜드 경험을 풍족하게 하기 위해 쓰는 개념으로 접근해야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케터가 데이터와 측정지표가 있으니까 의사결정에 너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전에 지표가 과연 마케팅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고, 결국 그것이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 지표인지에 대해 성찰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마케팅은 반은 과학이고 반은 예술이다'예요. 데이터는 과학의 영역이고, 예술은 직관의 영역이 아닐까 해요. 직관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분도 있지만, 노력해서 얻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저는 '왜 그랬지?' 되짚어보는 사유의 시간을 가지면서 직관도 키워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데이터와 직관을 조화롭게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결국에는 과학과 예술이 어우러져 하나의 브랜드 경험을 탄생시키리라 생각합니다.



사유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계속 마케팅을 할 것 같나요?

- 계속 혹은 언제까지 마케팅을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한 단계씩 나아가면서 현재 상황에서 경험을 잘 쌓고, 앞으로도 쓸모 있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것이 마케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 눈여겨보고 있는 마케팅 트렌드가 있나요?

- 요즘 마케팅은 커뮤니티 기반으로 가는 분위기 같아요. 만 명에게 '우리 제품 좋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10명의 찐 팬이 있으면 그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브랜딩 관점일 수 있는데, 절대적인 숫자 상관없이 진짜 단 한 명의 찐 팬이 있다면 그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탄탄하게 키우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숫자로만 비교하면 ROI가 안 나오는 작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으로 생각해 보면, 결국 이들이 나를 대신해서 브랜드를 대신 홍보해 주고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회사 직원뿐만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진성 사용자들의 입을 통해서 나가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트렌드에 맞는 마케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과 비전이 있다면?

- 요즘에 퍼스널 브랜딩이 유행이잖아요. 제가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까, '신희명'이라는 브랜드로 봤을 때 뭔가가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이 부분을 개인적으로 발전시켜보고 싶고, 비전도 퍼스널 브랜딩 측면의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저라는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겼을 때 최고의 성과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는 인식, 이미지를 심어 주고 싶어요.



취미는 뭔가요?

- 새벽 5-6시경에 요가를 갑니다. 생존형 취미죠. 한두 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요. 하하하. 요가를 통해서 아주 치열하고 날 선 것도 먼 관점에서 보면 별 거 아니다,라는 마음을 많이 얻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가는 정직한 운동이에요. 꾸준히 수련하니까 뻣뻣했던 저도 늘더라고요. 사회에서는 뭔가 내가 노력한 거에 비례하지 않는 것들이 많잖아요. 거기서 오는 좌절감이 있고. 그런데 다른 운동도 그렇겠지만 진짜 꾸준히 수련하면서 내가 마음을 쏟는 시간에 비례해서 실력이 느는 운동 중에 하나로 매력이 있어요.



역시 요가를 통해서 어떤 통찰을 얻으셨군요.


만약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 안 가고 싶어요. 굳이 저에게 주는 효용이 없는 것 같아서요. 어떤 선택을 다르게 하고 싶지가 않거든요. 제게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서 지금까지 온 거라. 제 성격이 과거로 되돌아가든 미래로 가든 바뀔 것 같지도 않고요. 하하하. 미래에 가서 다 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 같아요.


'여기,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현재에 충실해서 후회나 불안이 없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지요.


그러면,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한 마디 한다면?

- “희명아, 지금 현실을 살면서, 돌이켜보면 이때가 또 추억이 되겠지만, 그냥 고생하고(회사 일도 바쁘고 육아도 병행하느라 매일 일상이 치열하거든요), 모든 걸 완벽하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처럼 조금만 더 최선을 다해서 버텨줘”



요즘은 완벽이 아니라 완성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트렌드 용어로 '추구미'라고 하는군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희명 리드는 완벽이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바라는 바를 현실에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추구미를 가진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다(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 中)"란 말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처럼 스스로에 대한 존중을 멈추지 말고 매일을, 일상을 지혜롭고 단단하게 버텨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균형, 적응, 기여, 그리고 이 모두를 실현하는 실행력. 이번 마케터 <더 토크뷰>에서 마녀가 뽑은 중요한 단어들입니다. 균형을 잡고 적응을 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실행해 가고자 애쓰고 있는 신희명 리드가 '흐르되 멈칫하지 않고, 머무르되 고이지 않는'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망설임 없이 직진을 하면서도 숨을 고를 줄 알고, 서 있지만 정체되어 있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녀가 사유하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생각하지 않는 공부는 쓸모없고 공부하지 않는 생각은 위험한데(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 中), 그녀는 사유하며 일하고 공부하며 사유하는 듯했습니다. 공부하며 한 사유는 그 힘이 꽤나 단단하면서도 유연할 거라 짐작해 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과 구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그녀가 전해온 책과 구절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였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에서


일과 삶이 그녀에게 던지는 의미를 찾아 그녀가 얼마나 사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아마도 신희명 리드는 의지를 가지고 균형을 잡고, 현재에 적응해 살면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해 올바른 행동과 태도를 끊임없이 추구해 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 기분 좋은 예감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며, 책에 이와 같은 구절이 있어 소개하면서 이번 <더 토크뷰>를 마칩니다.


인간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삶에서 근본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이지 본능적인 욕구를 2차적으로 합리화하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의미는 유일하고 개별적인 것으로 반드시 그 사람이 실현해야 하고, 또 그 사람만이 실현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그 자신의 의지를 충족시킨다는 의의를 갖게 된다.

-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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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더 토크뷰]는 홍보마케터, 그리고 협업하는 대내외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홍보마케터,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CEO 등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며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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