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 지음 ㅣ 현대문학
있었지만 너무 쉽게 없던 일처럼
살아간다. 어쩌다 잊고 있었단 걸
인식이라도 하면 미안함과 죄책감에
되새기겠노라 생각하지만 잠깐 뿐이다.
이내 망각의 길에 빠지곤 한다.
잊고 싶은 것인가
아프다
생각해 봐야 아프기 밖에 더하겠는가
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이
살아갈 방법이지 않겠나
문득 삽시간에 온몸을 떨게 하고
눈에 그득 눈물을 고이게 하는
고통. 잊으려고 해도 마음대로
잊히지 않고 평상심을 뚫고
들이치는 아픔
제대로 잊는 법을 몰라서인가
잊힐 리 없는 것을 잊으려 해서인가
고통을 잊고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어루만지고 보듬으며 함께
살아야 하는 것임을 몰라 서리라
예소연 작가의 『영원에 빚을 져서』는
대학 시절 캄보디아에서 해외봉사를
함께하며 친구가 된 동이와 혜란, 석이가
관계와 기억, 상실, 연대 등을 탐색하는
이야기다.
한때 깊이 연결되어 있던 석이의 실종을 계기로,
동이와 혜란은 석이를 찾아 캄보디아로 떠난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참사, 꺼삑섬 압사 사건 같은
현실의 비극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감정의
상흔을 입었던 그들은 상처를 더듬으며 마주한다.
진실보다 더 깊은 감정의 빚이 드러나고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비춘다.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영원"에
대한 빚은 기억과 연대를 통해 지속되고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상실은 사회가 집단적으로 겪는
상처로 연결되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빚으로 남는다. 개인의
상실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되는 기억의 윤리를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29일이면 이태원참사 3주기를 맞는다. 나의 시간은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내가 그날의 참담한 희생을 기억한다면 그들의 시간도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함께 기억한다면 영원히 그들은 앞날의 우리를 더 안전한 사회로 이끌어주리라 믿으며 추모의 마음을 담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