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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Apr 18. 2017

그냥, 안 보고 살자

감성작가 이힘찬

어느 날 갑자기, 작업실에서 쓰던
노트북이 망가져버린 적이 있다.

내가 써놓은 글들이나, 사진들을
잃게 될까 봐 겁나서,
다른 일들을 모두 미뤄놓고
그 자료들을 살리는 것에만 몰두했다.

다른 것들을 다 뜯어내고 버리더라도,
소중한 자료들은 살리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도 그랬다.
글을 쓰고 있는데, 멀쩡하던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더니 켜지지 않았다.

제발, 다른 건 괜찮은데 내 글과 사진,
아니 추억들은 제발... 그렇게
나는 너무도 간절해서,
그것들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참 우스웠다.

컴퓨터 속에 있는 자료가,
그토록 소중한데. 때때로
우리는 그보다 더 소중한
'기억'이 담겨 있는 것을
참 쉽게도 끊어낸다.

사람, 그리고 관계.

돈을 주고도, 시간을 투자해서도,
되살릴 수 없는 소중한 기억과
추억이 담긴 관계를,
우리는 컴퓨터 속의 자료보다도
더 가볍게 여길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내가 끊어버린 관계들이 생각나서,
가슴 한편이 쓰려왔다.
나를 끊어버린 관계들이 생각나서,
미치도록 서운해졌다.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그런 마음으로, 그 사람과 나의,
그들과 나의 관계를 지켜내는데
조금 더 애썼으면 좋겠다.

당신과, 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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