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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진통을 막기 위한 방법들: 23주

병원만 믿고 있지 않기

by 퇴근은없다

조기 진통으로 입원했던 아내는,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기는 했으나 아직 진통이 다 잡히지는 않았다. 새벽에 한두 시간쯤 진통으로 잠 못 이룰 때가 있고, 낮에도 조금씩 진통이 와서 다시 입원해야 하는 건가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퇴원 이틀 후 다시 수축 검사를 위해 병원에 방문하니 다행히 아내가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진통이 약해져 있었다. 역시 불편한 병원보다 편안한 집에 있을 때가 좋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병원에 대해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병원은 최악의 상황을 막아준다. 수축억제제를 맞으면 진통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다. 아내도 주사를 제때 맞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병원에 대한 신뢰도 잃었다. 병원은 최악의 상황은 막아주지만 상태가 더 호전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일례로 입원했을 때 아내의 수축검사는 트랙토실 사이클이 끝나는 시간인 새벽 3시였다. 검사 시간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검사가 끝나고도 푹 잠을 자지 못했는데. 안정을 취해야 하는 환자가 잠을 제대로 자기 힘든 환경에 있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병원이었다. 간호사들에게 시간을 바꿀 수 없는지 여러번 물어봤지만 매뉴얼대로 주사가 끝나는 시간에 검사를 해야 하니 어려울 것 같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 회진 돌 때 우리의 쿨한 담당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아주 쉽게 방법을 찾아주셨지만,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으면 퇴원 때까지 3일에 한 번씩 새벽에 일어나야 했을 거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일들은 책임 질 수도 없기에 의사가 설명해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논문으로 쓰지 못한다고 없는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다. 과학은 병원에, 민간요법은 환자 스스로 챙겨야지. 그동안 민간요법은 미신이라고 그런데 관심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병원에서 낫기 위한 어떤 방법도 알려주지 않는다. 상태가 안 좋아지면 주사만 맞으라고 한다. 조기 진통은 사람의 일이고, 사람의 몸에 관련된 일인데 정말 아무 방법도 없을까? 적은 가능성이라도 좋으니 모든 노력을 해보고 싶은 것이 환자의 마음이다. 우리는 몇 가지 근거가 있어 보이는 민간요법(?) 들을 실천하고 있다. 이 방법 때문인지 실제로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스트레스받지 않기

이건 병원에서도 인정하지만 병원에서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병원이라는 갇혀 있는 환경 때문에 병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가 어렵다. 스트레스 받지 않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일 그만하기'다. 아직 육아휴직을 하기는 너무 이르기에 출산까지 병가를 사용하기로 했다. 월급은 몇 달 못 받겠지만, 잘못하다간 약값이 월급보다 많이 나오는 수가 있다. 직장인이 회사만 그만둬도 온갖 병이 낫는다고 했다. 휴직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치료제이지 싶다.


영양제

조기 수축 시 주사로 '황산마그네슘'을 맞기도 한다고 한다. 아내가 맞았던 수액에도 마그네슘이 포함되어 있었었으며 마그네슘이 근육 수축/이완에 중요한 역할을 하여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할 수 있다고 한다. 주사로 맞는 마그네슘과 먹는 마그네슘이 같은 건지는 모르겠다. 영양제로 먹는 마그네슘이 효과를 보기에 충분한 양인지도 모르겠으나 원래 먹던 영양제 좀 더 잘 챙겨 먹는다고 생각하고 '마그네슘 영양제'는 흡수에 유리한 저녁에 꼭 챙겨 먹는다.


수분 섭취

수분이 부족하면 신장에서 수분 재흡수를 위해 옥시토신을 분비한다고 한다. 옥시토신은 자궁 수축 시 나오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물을 충분히 섭취해 주면 옥시토신의 분비를 간접적으로 막는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수축이 심할 때 주사 대신 수액을 많이 넣었음에도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의사나 간호사들은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몸속에 수분이 많아져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화장실을 많이 가게 되더라도 물을 자주 많이 마시고 있다.


혈액순환

담당 의사선생님한테도 확인했던 사실인데, 똑바로 누우면 진통이 잘 온다. 똑바로 누우면 자궁이 혈관을 누르면서 혈액순환이 저해되고 배뭉침과 진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혈액순환과 진통의 관계는 잘 모르겠으나 혈액순환이 도움이 된다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노력하면 된다. 우리는 집을 항상 따뜻하게 하고 자기전에 잘 붓는 아내의 종아리와 발을 마사지해 준다. 양말도 따뜻한 털양말을 신기고, 찬 음식은 먹지 않고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한 이 방법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실들을 찾아 나름대로 해석하고, 최소한 안 좋은 영향은 없을 만한 것들만 실천해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논문을 찾아본 것도 아니라 당연히 과학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아플 때 주사 맞는 것보다 안 아플 때 해볼 수 있는 노력들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궁 수축에 관련된 기본적인 원리라도 병원에서 설명해 주면 좋을 텐데. 효과가 없으면 책임 소재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병원에서는 수축 오면 주사 놓기만 바쁘다. 하지만 때로는 명확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 안 가면서, 잘 먹고, 잘 마시고, 집에서 따뜻하게 지내니, 며칠째 아내의 진통이 없다. 그냥 자연적으로 회복된 것일 수도 있고 우리의 노력이 도움이 된 것일 수도 있을 거다. 어떤 것이 사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의 생활이 안정된 생활이고, 지금처럼 40주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다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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