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년도 짧습니다.
2024년 출생아 수는 23만 8,300명이고, 같은 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 1,000명이라고 한다. 즉, 전체 아빠 중 약 17%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셈이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숫자다. 나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되었고, 그동안 몇몇 동료들이 출산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설마 내가 처음으로 보게 될 남자 육아휴직자가 바로 나 자신일 줄은 몰랐다.
팀장님과의 정기 면담 중에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임신 초기부터 계속 고민해 온 일이었고, 그저 말을 꺼낼 적당한 시기만 보고 있었다. 이제 출산까지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하필 면담 전에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휴직하겠다고 하니 팀장님이 순간 당황하신 듯했다.
“안 돼~ 같이 일해요…!” 하셨다가 금세 말을 고쳐
“아니에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죠!” 하시며 웃으셨다.
우리 팀장님도 예전에 육아휴직을 하셨다가 결국 퇴사하신 경험이 있어서인지, 내 이야기를 흔쾌히 받아주셨다.
팀이 조금 힘들어지는 것보다, 육아휴직이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며 응원해 주셨다.
“6개월은 정말 하루하루 아기가 달라져요. 동영상 많이 찍어두세요.”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모두 축하해 주셨다. 출산한 지 1년쯤 된 육아 선배들이 두 분이나 계신데, 본인들도 육아휴직을 쓰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쉽지 않았다며 부럽다고 하셨다. 앞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휴직하지 마세요~” 하고 웃으셨지만, 그 뒤엔 응원해 주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 팀에 합류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꽤 끈끈하게 일해왔다. 그런 팀원들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니,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6+6 부모 육아휴직제’ 덕분에 휴직 급여가 늘어나, 최대 6개월간 총 2,000만 원까지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도 6개월 더 늘어나고, 그 기간 동안의 급여도 추가로 지원되기 때문에 내가 6개월 동안 휴직하면서 받을 수 있는 전체 지원금은 2,960만 원이 된다.
물론 아내가 1년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긴 하고, 아내가 휴직하면서 줄어드는 수입에 나까지 함께 휴직하게 되니 아무리 육아휴직 급여가 나온다 해도 경제적 부담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나를 부러워하던 직장 동료들 역시 한결같이, 줄어드는 수입 때문에 결국 육아휴직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했다. 역시나 육아휴직을 결정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적인 이유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자랑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와 아내는 늘 돈을 쓰고 편한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직접 발로 뛰며 아끼는 길을 걸어왔다. 코로나를 핑계 삼아 신혼여행도 해외 대신 국내로 다녀왔고, 이사는 항상 반포장으로, 인테리어는 반셀프로 해냈다. 결혼식 준비도 최대한 우리가 직접 손발을 맞췄다. 할 수 있는 일은 남에게 맡기기보다 스스로 해보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아낄 수 있을 때 아끼자는 마음도 컸던 것 같다.
그렇게 아껴둔 돈을 지금 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데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돈이 그대로 쓰이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내 마음은 그렇다. 아기가 태어나고 함께 보내는 6개월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일처럼 육아도 누군가에게 맡기는 편이 효율적 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답게 직접 부딪히고 직접 느껴볼 거다. 짧은 육아휴직이 끝나면 결국 우리도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스스로 해보고 싶다. 아마 육아 선배님들은 말릴 거다. 그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그래도 우리는 또 우리 스타일대로 해볼 거다. 조리원도 안 가고 (집이 좋다) 산후 도우미도 최소한만 쓸 거다. (사실 누군가 우리 집에 오고 가는 게 불편하다.)
모두가 당연하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6개월 쓰면서 팀원들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2년씩 마음 편히 썼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일한다. 일 조금 덜 하고, 그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