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보면, 더 깊숙이 내면과 기억속으로 들어가서 고통을 마주해야 할 즈음에 이를 온 마음으로 거부하는 내담자들을 만나곤 한다. 여태까지도 이 상태로 살아왔는데 새삼 뭔가를 들추어낸다고 해서 더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고, 전에없이 상담자에게 위로와 공감까지 받았으니 그걸로 족하다 생각하는 것이다. 더 들어가다 보면 틀림없이 더 큰 험한 것이 나올 수밖에 없고, 한번도 그 험한 것을 직면한 적이 없기에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섭고 두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제 상담사가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려고 하면 내담자는 겁을 집어먹고 상담을 그만하기를 원한다. 물론 내담자가 그만하기를 원하면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상담사 입장에서는 그 또한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상담사가 되기 전, 나 또한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냈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강단과 의지가 있고, 꽤나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나를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장군처럼 강하다고 판단하던 이들도 있었다. 또 아무런 티없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겠거니 짐작하던 사람들까지 있었다. 나 또한 내가 그런 사람인줄만 알았고, 모든 시련을 잘 견뎌왔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내 안에는 과거에 받았던 상처들이 고스란히 현존하고 있었으며 또 때로는 그것이 살아있는 채로 현재과 인간관계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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