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
주민센터 출입문 바로 앞, 지나다니는 누구라도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는,
가장 눈에 띄는 명당자리에 <일자리 지원 상담창구> 명패가 보인다.
음.. 소개할 만한 일자리가 있으니까 저렇게 대놓고 자리 펴고 있는 거 아니겠어.
나라에서 도와준다면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지. 물론이고 말고!
그러나 다짐과 달리 잠시 머뭇머뭇.
이게 다 손가락으로 깔짝깔짝 정보를 찾은 덕분에 생긴 머뭇거림이다.
사람을 마주하고 뭔가를 삼당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거기에 구직상담 아닌가!
…. 어느 누구라도 머뭇거릴 거다.
그래도 찾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은 모양. 내 앞에 이미 고운 분위기의 아주머니 한 분이 상담을 받고 계셨다. 그리고 내 차례. 간단한 인사 후 명쾌한 오늘의 목표 설명.
“구직 중인데 제가 여기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뭐가 있을까요?”
“구직자에게 가장 맞는 조건의 일자리를 소개해 드려요. 그전에 나이가…?”
아. 불길하군. 여기서도 나이를 묻다니. 아니지! 당연하지.
나이를 알아야 알맞은 자리를 권해주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이제 오십이요. 아니 마흔아홉.. 아니 오십이나 마찬가지죠 뭐.”
대답하곤….
스치는 자괴감.
이미 나이에서 자신이 없는 게 분명한 나.
어쩌면 이게 진짜 문제일지도.
“아! 딱 걸리셨네요. 만으로 마흔아홉이시면!”
“네?”
“사십 대까지는 그래도 물류직으로 가실 수 있는데 오십 넘으시면 잘 받아주질 않아요.
보통 청소직으로 많이 가세요.”
“아.. 네.... 왜요?”
“………….”
“왜 오십이 넘으면 잘 받아주지 않아요?”
“아… 보통,.. 그래요.”
담당자분.. 당황하셨네. 내가 굳이 여기서 이 분을 당황하게 할 의도는 없으니 여기서 그만.
“그럼 물류직? 하는 일이 뭘까요?”
“보통 포장을 하세요. 물건 정리도 하시고.”
“아. 네.. 그럼 다른 직종 소개는 안 해 주시나요?”
“어떤 직종 말씀하시는 거죠?”
“아…. 그러니까… 물류직이나 청소직 말고 다른 직종도 있을 거 아니에요?”
“등록을 하셔야 해요. 워크넷. 아세요? 거기 구직등록을 하시면 업체에서 보고 연락을 드리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결론은 소개해 줄 일자리는 내가 사는 지역에선 물류직이나 청소직이 대부분이고,
그마저 오십이 넘으면 대부분 청소직을 소개받아 취업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싶으면.. ……. 음…. 알아서 해라.. 정도로 들린다.
오늘의 결론 두 가지.
나이가 오십을 넘었느냐, 아니냐.
그리고 주민센터 일자리 지원 코너에서 소개해 줄 수 있는 일자리의 종류는 극히 제한적이다.
물론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패를 하나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래도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고 돌아설 때, 그럴 줄 알았다 싶어 지면서 달리 어쩔 도리가 없네... 싶은
낭패감?. 그랬다.
졸업증명서도 준비했고, 이력서에 자기소개서까지 일찌감치 준비는 해 뒀으나 개운하지가 않다.
괜히 상담은 받아서 말이다.
우편으로 제출할 봉투에 졸업증명서를 넣으며 이번에는 혹시나.. 역시나.... 뒤에 합격을 붙일까, 불합격을
붙일까 잠시 고민해 봤다.
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