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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도토리봇의 설계도: 게으른 아빠의 야망

이런 기능은 꼭 필요해

by WK

조용할 때가 제일 위험하다

도토리봇을 구상한 건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었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지금 뭐 하고 있지?’, ‘어디 간 거지?’, ‘또 뭘 주워 먹은 거야?’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특히 방 하나만 벗어나도 아기의 행동은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 짧은 틈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고민했다.

“내가 직접 따라다니지 않아도, 아기를 지켜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도토리봇의 기능을 하나씩 상상하기 시작했다.

1. 실시간 영상 확인

도토리봇의 첫 번째 기능은 당연히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이다.

집 안 어디서든 아기의 모습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WebRTC 같은 기술을 활용해 로봇의 카메라가 보는 시점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아기의 현재 행동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 아기를 따라다니기

핵심은 ‘추적’이다. 도토리봇은 바퀴 달린 몸체로 집 안을 돌아다니며 아기를 따라다닌다. AI 기반의 객체 인식 기술로 아기를 식별하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다닐 수 있어야 한다. 너무 가까이 붙지 않고,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 거리감. 마치 조용한 그림자처럼.


3. 장애물 감지 및 도망가기(?) 기능

로봇이 집 안을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아기가 로봇을 만지거나 따라오면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졌을 때 도망가는(?) 재미 요소도 넣고 싶다. 로봇을 장난감처럼 인식하지 않고, ‘움직이는 친구’로 받아들이도록.


4. 회전하는 카메라

아기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어선 안 된다. 로봇 몸체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상단에 달린 카메라가 좌우로 회전해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건 기술적 난이도보다 구현할 가치가 있는 기능이라고 판단했다.


5. 집 안 지도 기반 자율주행

도토리봇이 단순히 따라다니기만 해서는 부족하다. 때로는 거실에서 아기방으로, 혹은 주방으로 특정 명령에 따라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SLAM 기반으로 집 안의 지도를 만들고, 특정 지점으로 보내는 기능까지 구현해보고자 한다.


6. 위험 행동 감지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위험 감지다.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아기가 집어드는 장면을 인식해 “아이가 뭔가를 주워먹으려고 해요”라는 알림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선 행동 패턴 분석, 객체 인식, 이상 행동 분류 모델 등이 필요하다.


7. 자세 변화 감지

아기가 넘어지거나 갑자기 주저앉는 경우, 로봇은 이를 ‘급격한 자세 변화’로 감지하고 즉시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내야 한다. 이건 단순한 카메라만으로는 구현이 어려울 수 있지만, 영상 기반의 포즈 인식 기술로 접근해볼 계획이다.


도토리봇은 완벽한 제품은 아니다. 육아와 생활 속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개인적인 실험이다. 그럼에도 이게 성공한다면? ‘게으른 아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기술이 사람에게 얼마나 다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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