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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영 Aug 10. 2024

sns에서 본 또래 친구가 부러워요.

6학년 수민이는 패션에 관심이 많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어떤 룩이 나에게 잘 어울릴지 고민하고 알아보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이다. 수민이에게 패션에 대해 가장 알아보기 좋은 방법은 SNS다. 멋지고 스타일리쉬하게 옷을 입는 언니와 연예인을 팔로우하고 비슷한 스타일로 흉내내보기도 한다. 

 

어느 날, 수민이 눈에 띈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있었다. 수민이와 똑같은 나이인 6학년 여자아이였다. 인스타그램 사진 속 그 아이는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그 아이는 유명 브랜드의 옷을 착용하고 멋지게 폼을 잡고 있었다. 홀린 듯 들어가 본 그 아이의 인스타그램 속 게시물들에는 또 다른 멋진 옷을 입고 찍은 사진, 그리고 엄마와 백화점 쇼핑을 하며 사고 싶은 물건을 맘껏 사는 듯한 모습들이 보였다. 어떤 게시물에는 아이돌 연습생을 준비하기 위해 춤 연습을 다닌다고도 해서 수민이는 한 번에 그 아이가 부러워졌다. 초등학생이 벌써부터 멋을 부리고 비싼 물건을 사려고 해선 안된다고 잔소리하는 엄마완 달리 인스타그램 속 그 아이의 엄마는 비싼 옷도 물건도 휴대폰도 척척 사주시는 듯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행복했던 수민이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갑자기 자신을 둘러 싼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불만스럽고 지겨워졌다. 



  

  처음 내가 접하게 된 소셜미디어는 추억의 '싸이월드'였다. 대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만들어 갑자기 넓어진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를 맺고 다지는데에는 싸이월드만한 것이 없었다. 싸이월드는 지금의 SNS와는 달리 제한된 범위 내에서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무작위의 랜덤한 알고리즘이 있었던 것이 아닌 누군가와 친분이 있어서 그 친구의 싸이월드를 타고 넘어가는 '일종의 다리'가 있거나, 일촌요청을 맺고 상대방이 수락해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다보니 노출되는 범위도 연결도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영역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교 4학년쯤 등장하기 시작한 페이스북은 달랐다. 언어도 모르는 낯선 외국인이 친구 추가를 일방적으로 하거나 그 사람과의 직접적인 친분이 없어도 이름을 검색해서 나오는 상대방의 SNS 게시물들을 살펴볼 수 있고 친구로 등록할 수 있었다. '연결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연결의 시대를 넘어 '초연결의 시대'이다. 키워드 하나만 검색해도 관련된 사람과 물건들이 줄을 잇고 달려든다. 때론 원하지 않은 정보들이 나에게 연결되기도 한다. 알고리즘은 나의 관심사뿐만 아니라 내가 친구한 SNS친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까지도 나에게 알려준다. 가만히 있어도 엄지손가락만 움직이면 알아서 정보를 떠먹여주고 먹여주다못해 억지로 삼키게 하는 느낌까지도 든다. 


 연결의 시대는 모르던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도 해주었지만, 때론 몰라도 상관 없는 것들까지도 알려준다. 단지 패션에 관심이 많았을 뿐인 수민이에게 SNS는 누군지 이름도 모를 어디 사는지도 모를 또래 친구까지 알려주었다. 요즘 SNS에는 자신이 몇년생인지 친절하게 직접 해시태그를 다는 것이 유행이다. 자신이 태어난 년도의 해시태그 하나만 검색하면 전국에 사는 내 또래 친구들의 삶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마주칠 일 없을 또래의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무슨 물건을 샀는지, 얼마나 자신을 팔로우 하는 사람이 많아 인기있는 아이인지까지 말이다. 


성인과는 달리 아직 자아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사춘기 청소년은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평판에 흔들리기 쉬운 나이이다. 온라인으로 보여지는 삶이 다가 아니며 자신의 삶과 구별하여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경험이 부족하다. 그렇지 않아도 또래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자신이 어떻게 비추어지는지에 관심이 가장 많은 시기인 지금, 끝 없이 펼쳐지는 원치 않은 정보들을 잘못 받아들이게 되면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연결되고 가까워져가는 사회가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정말 좋은 것인지 냉철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점점 아동인권과 청소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져가지만 청소년 우울증과 같은 심리 질환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기장에 고민을 털어놓은 수민이에게 한 바닥 댓글을 적어주었다. 늘 명랑하고 자신감 넘쳤던 수민이가 온라인 게시물 하나에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애먼 부모님께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하지만 끝 없는 SNS 바다 속에서 스스로 수민이가 잘 헤엄쳐 나아갈지 걱정되는 마음은 여전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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