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아이들,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걸까
청소년들이 단순히 콘텐츠의 소비자였던 시기를 지나, 이제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프로슈머'시대가 왔다. '프로슈머'란 대상을 소비함과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하는 것을 계속해서 보다보면 사람이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스스로 한 번 자신의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요즘 아이들이 디지털 콘텐츠의 프로슈머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들이 하는 것이니 재미로 조금 하다가 시들해지겠지- 라는 생각과는 달리, 이젠 공식적인 어린이 인플루언서도 이미 꽤나 존재하며 부모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아이들이 콘텐츠 인플루언서가 되는 과정에 아낌 없이 지원해주며 함께 영상을 촬영하거나 콘티 작업의 지원을 하는 경우도 흔히 보인다. 특히 자신의 끼나 재능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올리며 유명해져 진로와 꿈을 찾는 기회로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사실 '어린이 디지털 콘텐츠 프로슈머의 시대'는 그리 갑작스러운 일도 아니다. 몇년 전부터 유튜브의 부상과 함께 학교에서도 자신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음을 조심스레 밝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3월 자기소개 시간에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며 '좋댓구알('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설정'의 줄임말)을 야무지게 외치며 쌍따봉을 날리는 녀석도 있었다. 아이들이 소셜 채널을 운영하는 것이 지금은 새삼 신기한 일도 아니게 되었다. 한 때는 '슬라임 열풍'이 불면서 슬라임 가지고 노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거나 '종이접기 하는 방법' , '마인크래프트 알려주기' 등을 영상으로 올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만해도 콘텐츠의 주제가 아이답게 귀엽기도 하거니와, 직접 컨텐츠를 만들어보면서 올리는 것 또한 만드는 과정에서 배움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구독자 100명이 넘거든 선생님도 꼭 구독해주겠다 농담하기도 했었더랬다.
요즘은 유튜브의 긴 영상을 올리는 것에서 짧은 '숏폼 컨텐츠'가 절대적으로 대세이다. 수 없이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지며 긴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는 사람들이 줄었기도 하고, '숏폼' 형식은 특별한 영상편집기술이 없는 초보자인 아이들도 쉽게 만들어내고 업로드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영상 길이가 30초 내외인 컨텐츠만 올릴 수 있는 '틱톡'은 10대 유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숏폼영상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영상의 퀄리티'보다는 '알고리즘의 혜택'이 크다. 특정 주제어를 입력해서 영상을 찾아 보았던 이전과 달리, 끊임없이 손가락으로 쉽게 슥슥 내리다보면 알 수 없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만나게 되는 콘텐츠들이 있는데, 이 영상들이 가끔 잭팟을 터뜨리며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친구와 아무 생각 없이 하굣길에 장난치며 웃었던 영상을 올렸는데 그게 터지면서 '밈'이 되는 경우도 많다. 딱히 크리에이터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이것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며 점차 콘텐츠를 올리는 것에 빠져들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디지털네이티브인 아이들이 단순히 소비자의 역할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 행위에 참여하며 스스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나가는 것은 그저 수동적인 입장에서 고정되어있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나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세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없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주의할 점들도 분명히 있다.
1. 부모님과 함께 관리하는 계정으로 활동하기
- 미성년자인 어린이의 경우 콘텐츠를 올릴 때, 부모님이 관리하고 감독하는 계정임을 프로필에 명확히 명시하는 경우가 있다. 콘텐츠를 만들고 올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되, 여러 디지털 위험 요소로부터 성인인 부모가 보호해주고 걸러줌으로써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부모가 관리하는 계정임을 명시하는 것만으로 보호의 효과도 있겠다.
2.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보기
- 아이들도 자신이 올리는 컨텐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재미있다고 올리는 콘텐츠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이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의 초상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내 개인정보가 지나치게 드러나있거나, 나이에 맞지 않는 내용을 무작정 유행이라고 따라하지는 않는지 말이다.
3. '디지털 어린이 보호구역'의 필요성
-현실 세계에선 학교 인근 몇미터 지역내에는 청소년 유해시설이 금지되어있고, 도로 속도 제한도 마련되어있다. 하지만 온라인 세계에서는 과연 어떠한가? 플랫폼마다 연령제한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껍데기뿐인 규제일뿐 디지털 네이티브세대인 아이들에게 그런 것쯤이야 쉽게 뚫을 수 있는 하나마나한 정책이다. 조금 더 보수적인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