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매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과정 시수로도 보장되어있을뿐만 아니라, 교과 내용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기에 디지털 중독 예방교육은 자주 이루어진다.
아이들에게는 매번 스마트폰은 정해진 시간만 사용해라, 자극적인 컨텐츠는 멀리해라 잔소리했지만
실은 부끄럽게도 고백하자면 교사인 나부터 스마트폰 중독자였다.
특히 나는 숏폼컨텐츠 중독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출퇴근 전철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던것 같다. 3년전 신혼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지역이동을 하면서부터 나는 장거리 출퇴근러가 되었다. 편도 도어 투 도어 1시간 40분이니, 하루에 대략 3시간 반 정도를 이동에만 보내는 셈이다. 특히 지하철을 한 시간동안 환승 없이 타고가는 구간이 가장 긴데, 이 때 지루한 시간을 견디려면 무엇이든 해야했다.
처음에야 야심차게 하루에 2시간이면 책 반권은 읽겠다 싶었고 책을 싸들고 다니며 전철독서를 했다. 적당한 백색소음으로 채워진 전철은 의외로 책 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심지어 핸드백도 독서하기 쉽도록 책을 올려두어 읽기 좋은 각잡힌 모양의 가방으로 바꾸었다. 예쁜 북커버도 사고, 전철 안에서 인덱스까지 붙여가며 읽던 열정을 태우기도 했다. 오히려 장거리로 출퇴근하는 바람에 이른 아침부터 독서하는 시간이 생기게 되어 오히려 좋다고 긍정적 사고회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시작된 스마트폰의 알람 공격에 나는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처음엔 어젯밤 쌓인 카톡부터 잠시 확인한다고 시작되었던 것이 그다음엔 뉴스, SNS에 올라온 새로운 피드 등으로 연결되어갔다. 겨우 하루만 지났을 뿐인데 세상에는 무슨 일이 그렇게도 짧은 새에 많이 일어났는지. 쏟아지는 정보 공격에 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허우적대었다.
신기하게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결핍을 느끼게 하는 바닷물같았다. 분명 어제까지는 몰라도 사는 데에 아무 문제도 없었을 정보들에 왜 나는 이때까지 이걸 몰랐을까,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더 알고 싶어했고 갈증을 느꼈다. 돌이켜보니 이것은 순수한 호기심이나 지적 욕구가 아닌 정보 소외에 대한 '불안감'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정보의 망망대해에서 나만 발견하지 못한 것이 또 어디있을까 방향도 없이 헤매이는.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겨 출퇴근길마저 마음이 무거울 땐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숏폼컨텐츠 릴레이로 도피하기도 했다. 압력 프레스기로 누르면 하리보젤리가 어떻게 된다던가, 많은 인파 속에서 아이돌 신곡 챌린지를 하는 인플루언서라든가, 귀여운 배냇짓으로 웃게 하는 누군지도 모를 어린 아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역에 도착해있었다. (간혹 내릴 역을 지나치기도 했다.)
무언가에 몰두하고나면 끝냈을 때 어떠한 만족감이 생기기마련인데 오히려 공허감이 더 밀려왔다.
또 알고리즘에 지배당해버렸구나. 오늘도 이 손바닥만한 기기에 지고말았구나 하는.
디지털 디톡스를 한 번쯤 결심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내 의지만으로 실시하기에 온라인 세상은 너무도 접속하기 쉬웠고 가깝다. 또, 현대인들의 삶과 관계란 단순히 오프라인에서만 이루어지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기에 그러한 단절로부터 오는 소외감을 이길 수 있을까 불안했다.
하지만 휴대폰에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얽매여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 이후로부터는 뭔가라도 해서 나를 구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영상을 스킵해가며 보고 있는 나를 본 순간 아뿔싸 싶었던 것이다. 그리해서 나는 나 스스로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지를 기록해보고 여러가지 실천한 것들을 나누어보려고 한다. 잘 될지 호언장담할 수 없지만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한번 더 마음먹게끔 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중독 예방교육을 하며 속으로 찔려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아서.